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확률 조작 의혹에 휩싸이면서 게임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선 첫 사례로, 게임업계 전반으로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일부 아이템 확률 8배 부풀려
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아이템 확률 허위표시 및 조작 의혹과 관련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 법안 시행 직전 게임 내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수정해 공지한 것을 두고 신고가 접수돼서다.
앞서 그라비티는 지난달 20일 '라그나로크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에 '판매 중인 유료 아이템 최신화 작업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를 올리고, 게임 내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수정 공지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에 자율적으로 진행해온 공시와 확률이 다른 아이템은 100개가 넘었다. 일부 아이템의 경우 출현 확률이 8배가량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운영팀은 “아이템 확률 공개 의무화 진행에 앞서 판매 중인 유료 아이템에 대한 전수 검사를 했다"며 “확인 결과 일부 아이템이 게임 내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였으며, 게임 내 기준으로 최신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이용자 “사기 아니냐" 분통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공지 이후 게임 이용자들은 각종 커뮤니티에 게임사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그동안 이용자들이 뽑은 뽑기 확률이 게임사가 공지한 확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며 “이 정도면 사기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이용자도 “잘못된 확률 정보 공지는 공개하지 않는 것보다 더 악질"이라며 “사기를 쳐놓고 뻔뻔하게 버그 수정하는 것 같이 공지했다"고 비난했다.
사태가 커지자 '라그나로크 온라인' 운영진은 지난달 26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관련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용남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 PD는 “전수조사를 시행하면서 기존에 고지된 것과 비교해 잘못된 부분을 자진해서 바로잡은 것"이라며 “단순 실수일 뿐 확률을 임의로 조작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지 이후 많은 실망과 불편 느끼셨을 이용자에게 죄송하다"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확률안내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에 신고가 접수된 만큼 처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넥슨코리아가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확률을 고의로 낮추고 이를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부당 이득을 챙겼다며 전자상거래법상 역대 최대 규모인 116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확률 정보 공개가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른 만큼 많은 게임사들이 정확한 정보 제공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데 제재부터 들어오는 게 업계를 위축시키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