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부동산 금융 시장 안정 등 정책세미나 개최
용적률 특례 1기 신도시, 통합정비만이 해법 아님 강조
둥지내몰림 방지 위해 주택연금 활용 및 부분 리모델링 제시
“1기 신도시 재개발의 해법은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노후계획도시정비및지원에관한특별법 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맞춤형 금융 지원 등 세밀한 뒷받침이 있어야 조기 착공이 가능하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주최한 '주택공급 활성화와 부동산금융 시장 안정 정책과제 세미나'서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 재개발의 신속·원활한 추진을 위해 이같은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적률 특례 통합정비, 반드시 해법 아냐
정부는 지난 2월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 시행령을 발표했고, 이달 27일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용적률 상향 등 건축된 지 30년이 넘어 노후화된 1기 신도시 중고층 아파트들의 재건축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좀 더 세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이 부연구위원의 지적이었다. 특히 그는 용적률 상향만이 해법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과 용적률 특례 전제가 되는 특별정지구역은 '통합정비'가 돼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토지주들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장기간 사업 지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상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폭 25m 이상의 대로(大路) 내 위치한 주택단지 등이 하나의 사업구역으로 통합해서 추진하는 '통합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통합정비를 통해 공간을 완전히 재창조할 수 있어 완전한 도시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일조나 채광 등을 고려해 주택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기도 하며, 모두 헐고 지을 수 있기에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만큼 공사비가 오히려 절감되기도 한다.
문제는 아파트와 집항상가 등이 하나의 구역으로 묶이게 되면 이해관계 조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산의 배분방식이나 대중교통 접근성을 두고 서로 갈등이 유발하기도 하고, 주택과 상가 소유자간 갈등도 만만치 않아 사업추진에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단점도 있다.
그렇기에 꼭 통합정비만이 해법은 아니라는 게 이 부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실제로 서울 행당 6·7구역이나 천호 3-2, 3-3구역은 통합으로 정비를 하지 않았는데도 공원과 기반시설을 갖추는 등 지구단위계획처럼 정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즉 통합정비는 다수 주민이 희망하는 차원에서만 진행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업성 부족 단지, 맞춤형 금융·리모델링 도입돼야
1기신도시 특례는 또 분담금 부담이 어려운 토지주에게 문제가 될 것으로 지적됐다. 같은 1기 신도시라도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용적률 낮은 단지보다 분담금 납부가 훨씬 많기에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금자산이나 미래 예상 수입이 충분하지 않은 고령자들은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조합 내 갈등으로 사업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현상도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많아 사업추진을 더디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산이 부족한 고령자 등 원주민이 쫓겨나지 않도록 주택연금 등 맞춤형 금융구조 및 부분 리모델링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분담금 납부가 힘든 고령자에게 주택소유권을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넘기는 방식이다. 매월 일정 금액 연금을 수령하는 주택연금형 정비사업을 도입하면 분담금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분담금이 발생하면 해당금액을 HF가 우선 부담하고 이후 연금액을 재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 일부 지분을 LH에 매각해 분담금 및 이주비를 마련토록 하고, 향후 일정 조건이 만족되면 본인이나 직계가족이 해당 지분을 되사오는 지분매각 방식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사망 후 상속인이 해당 지분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 부여 등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됐다.
맞춤형 리모델링도 분담금을 줄이는 방식 중 하나다. 용적률이 높은데 무분별하게 용적률만 높여서 재건축하는 것이 아닌, 가성비 높은 부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예를 들어 지상 주차장만 있는 단지는 지하로 연결되는 지하주차장만 리모델링하거나, 복도형 아파트는 복도까지 주거공간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세대 확장형 리모델링을 하는 방식이다. 소방법 등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모듈러 형식을 기존 아파트에 결합하는 식으로 해당 세대를 확장하는 리모델링도 있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 단지들은 인프라가 이미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상태서 주택에 대한 하자만 있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성이 부족한 단지는 주택의 컨디션만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원주민이 쫓겨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