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글로벌 비전 실종된 기후변화 총선 공약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03 08:39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CSDLAP 소장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CSDLAP 소장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CSDLAP 소장

4·10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에서 주요 정당들과 각 후보들은 다양한 정책 공약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기후변화는 유권자 세 명 중 한 명이 투표할 후보를 선정하는데 중요하게 생각할 정도로 각 당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는 물론 올해 선거를 치르는 EU를 비롯한 70여개 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 공약은 기후대응기금을 획기적으로 증액하겠다는 기후금융,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에너지전환, 기후변화 전담 부서의 신설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슈가 되었던 재생에너지 100%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위 RE100 이슈도 여야 간에 중요한 쟁점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유권자의 관심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 이슈의 부각은 중요하고 또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좀 더 체계적으로 국제적 안목과 비전을 담은 기후변화 공약의 제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면적에, 많은 인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의 기후변화 대응만으로는 하나의 글로벌 기후체계 속에서 발생하는 기후변화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들이 생산하는 IT 제품,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제품 등 어느 것이든 국내에서 소비되는 양보다 국외에서 소비되는 양이 절대적으로 많다. 따라서 기후변화 공약들은 우리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국내 차원을 넘어서 국제사회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통하여 유권자들의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요 공장이 위치한 지역이 기업의 선도적인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을 통하여 새로운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 신시장을 개척하고 이를 통해 창출되는 다양한 혜택이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는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기업들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으로 새로운 탄소 통상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과 해외 투자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반도체 관련 기업이 많은 지역은 반도체 벨트라고 불리면서 각 당의 후보들이 다양한 기업 관련 정책을 통하여 지역구 표심을 끌어오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어느 당에서도 반도체 기업의 수출 증진을 위한 탄소 통상장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지 않다. RE100에 대해서도 서로 입장을 내 놓고 있지만, 해외에 대규모 공장을 두고 있는 우리 기업이 석탄에 의존하는 현지 국가의 전력 생산 정책으로 인해서 현지 생산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 가능성이 심각한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내 석탄발전소 저감 정책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기업의 해외 공장이 위치한 국가의 석탄발전소 문제도 똑같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진출한 개도국의 경우에는 ODA와 국제 정책 공조 등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개도국 탄소중립 전력체계 구축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공약이 중요한데 찾아볼 수가 없다.




지역구 구민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에 대한 정책 비전도 아쉽다. 해외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국외감축결과를 국가 온실가스 감촉목표 달성에 활용하는 온실가스 국외감축 정책은 새로운 해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개도국의 경우 파리협정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 역량이 없거나 필요한 기술과 재원이 부족해서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ODA 정책과 연계된 다양한 해외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이를 통해 창출되는 해외 일자리는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은 물론 경험이 많은 중장년층의 해외 진출을 도와주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이지만 여야 각 당은 글로벌 안목과 비전을 담은 기후변화 공약을 제시함으로써 지역구에서의 승리는 물론 총선 후 제22대 국회에서 기후변화 논의가 국내적 차원의 논의를 넘어 국제적 안목과 비전에 바탕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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