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영휘 한국CM협회장 “아파트 부실 공사, CM 했으면 막았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07 11:29

설계와 시공 잘 하기 위해 동원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이 ‘CM’

정비사업 공사비 분쟁 및 해외도시개발 기획 등 솔루션 제공

감리와의 차별성 지속 인식…설계·시공에 CM 적극 활성화 이룰 것

배영휘 회장

▲한국CM협회 배영휘 회장.

건설은 기본적으로 도면을 그리는 '설계'와 도면대로 공사하는 '시공'으로 나눠진다. 그렇다면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잘' 설계하고 '잘' 시공하는 것이다. 이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업무를 원활하게 조율하는 것이 건설사업관리(CM)다. 즉, CM이 곧 건설 공사의 모든 영역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건설산업에서 CM이 여전히 '선택 사항'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배영휘 한국CM협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방배동 협회 사무실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CM의 기본적인 개념을 건설 공사 발주자들이 당연하게 인식하게 해야 한다"며 “CM은 설계, 시공 등 건설공사를 제대로 진행하기 위한 필수 절차"라고 강조했다. 최근 몇년새 국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부실 시공 사고도 CM을 제대로 도입했으면 막을 수 있었다는 게 배 회장의 지적이었다.




다음은 배 회장과의 일문일답

-CM이 건설공사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빈 땅이 있다고 예를 들어보자. 먼저 토지 소유주에게 이 빈 땅이 주택이나 오피스텔, 산업단지 등 어떤 사업이 알맞는지, 주변환경과 장애물들이 무엇이 있는지 파악해 땅의 가치를 판단해줄 수 있다. 이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을 산정해 주고, 최적의 디자인을 구축해서 좋은 품질의 자재와 장비를 적절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또 좋은 시공사를 선정해 부실시공 없이 안전하고 튼튼하게 공사를 할 수 있도록 각 분야 전문가를 적재적소 배치해 사업전반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CM이다. 오케스트라로 치면 지휘자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발주자는 의무적으로 CM을 써야 하나?


▲현재 공공공사는 200억원 이상 공사는 CM을 의무발주해야 하고 민간공사는 발주자의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CM은 선택이 아니고 반드시 해야 하는 영역이다. 혹자는 CM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최근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여러 부실 사고가 발생했는데 CM이 사업 초기단계부터 참여해 사업전반을 관리하게 된다면 이같은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건설현장의 '감리'와 CM의 차이점은?


▲아직 우리 나라는 감리(Inspection)와 건설사업관리(CM)를 확실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감리는 건축물의 공사가 설계도서 및 관계 법규에 따라 적정하게 시공되는지 확인하는 영역으로 CM 업무 중 일부에 해당한다. 공사 품질과 안전을 주된 업무로 하는 감리는 설계나 시공과정에서만 하는 것이므로 업무영역이 건설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CM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수행방법 자체도 확인에만 주력하기에 공사 전체를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민간공사에서는 CM 발주 의무가 없다 보니 감리만 활용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의 공사비 갈등도 CM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나?


▲발주자가 건설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많은 시행착오와 설계변경 등으로 공기지연이나 공사비 초과 등 문제가 발생한다. 민간영역에선 특히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이같은 문제로 CM을 도입하는 조합이 늘어나고 있다. 역량이 있는 CM업체를 통해 정비사업 초기단계부터 사업 전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되면 공사비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사업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총액한도보증(GMP)이라고 있는데, 이는 발주자와 협의한 공사비 상한 내에서 공사를 수행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발주자는 시공사와 공사비 상한을 설정할 수 있다. 얼마까지 공사비용이 늘어날 수 있을지 미리 설정했기에 향후 설계 변경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해외 건설 진출 노력이 활발한데, CM도 가능한지?


▲ 현재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 등에 한국의 CM제도와 매뉴얼을 수출하고 현지화 시키는 '한국CM시스템'을 공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시범사업으로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에 올림피아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60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립하는 등 각국 CM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파일럿 프로젝트를 발굴했다. 또 국내 CM기업의 진출 기반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인도네시아 신수도 건설사업을 비롯한 모든 건설시장에 CM시스템을 수출하기로 하는 참여의향서를 인니 신수도청에 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오고 있다. CM도 AI를 활용할 수 있나?


▲ 생성형 AI인 챗GPT를 통해 그간 CM사업의 데이터를 축적시켜 최상의 문제 해결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 같다. 안전위험 요소를 사전에 예측하고 최적의 자재 조달방안과 비용 절감, 계약문서 자동 검토로 인한 법적 분쟁 최소화, 분쟁 해결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기에 갈 길은 멀지만, 올해부턴 회원사들에게 AI에 대한 교육을 시작하며 관심도를 높여나가려고 한다.


-2009년부터 회장 자리를 연임하고 있는데, 향후 계획은?


▲ 감리와 다르다는 인식을 지속 전달할 생각이다. 또 협회는 지금까지도 그래 왔지만 향후에도 우리 CM이 미국 선진업체들처럼 IT, 금융, 회계, 세무, 법률 등 경제사회분야 업무를 모두 아우르게 하는 만능임을 보여주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국내 설계업체와 시공업체 모두가 CM에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의 산업을 구축하는데 지속 총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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