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4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정작 국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코스콤에 따르면 해외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에는 연초부터 지난 4일까지 순설정액이 4조2601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만큼의 해외 주식형 ETF로 자금이 순유입됐다는 의미다. 채권형 ETF도 연초 이후 4개월째 자금이 순유입되면서 4일까지 총 3조5869억원이 순설정됐다.
반면 국내 주식형 ETF에는 같은 기간 1조2000억원이 순유입되는 데 그쳤다. 특히 2월(-7천573억원)과 3월(-724억원)에는 환매액이 설정액보다 많은 자금 순유출이 일어났다.
이달(4일 기준)에도 국내 주식형 ETF는 3337억원 규모의 자금 순유출을 기록 중이어서 3개월 연속 국내 주식형 ETF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ETF 시장은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6월 ETF 시장 개설 21년 만에 순자산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현재는 14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불과 10개월 만에 40조원이 불어난 셈이다.
종목 수도 지난 1분기 동안 30여개 증가했다. 한 달에 10개꼴로, 일주일마다 2∼3개 종목이 신규 상장된 것이다. 그러나 국내 주식형 ETF에 대한 투자자들 선호도는 해외 주식형과 채권형 ETF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국내 상장 ETF 순자산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국내 주식형 ETF는 'KODEX 200'(2위·7조3321억원)과 'TIGER 200'(9위·2조6505억원) 등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2종목에 불과하다.
금리형 ETF인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7조5758억원)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금리형 ETF가 3∼5위에 포진해 있고, 미국 S&P500·나스닥100 등 미국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해외 주식형 ETF도 6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ETF를 통해 주식시장으로 뭉칫돈이 흘러 들어가고 있지만 국내 주식은 ETF 시장 성장의 과실을 나누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주식시장과 ETF 시장이 함께 성장하는 미국의 사례와 대조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ETF들 중에서 운용자산(AUM)이 큰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자국 주식형 ETF다. 이 가운데 1위부터 5위까지는 S&P500, 나스닥100 등에 투자하는 인덱스 ETF가 휩쓸고 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ETF 시장 규모의 상승은 곧 자국 주식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결과로 연결되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오히려 증시와 ETF 시장이 경쟁하는 형태가 진행 중이며 분명 이는 국내 증시에 있어서 반길 만한 소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개인투자자들은 일부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을 제외하면 국내 주식형 외의 상품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내 투자자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성장 로드맵이 부재하다면 현재와 같은 흐름은 지속, 혹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