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대표 이어 허영인 회장마저 구속 ‘사법 리스크’ 위기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 국내 가맹사업 등 차질 불가피
재계 “허진수·희수 주요보직 수행 실제 경영공백 적을 것”
SPC그룹이 허영인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권 공백'의 암초를 만났다.
경영 결정권자 부재로 주력사업인 해외시장 공략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사법 리스크에 따른 이미지 훼손으로 가맹사업 운영에도 일정 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허 회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심문(영장심사)를 열고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허 회장 구속으로 이날 SPC그룹은 내부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2019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자회사인 PB파트너즈의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에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과정에서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허 회장의 구속으로 SPC그룹은 의사결정의 핵심 키맨 부재에 직면했다. 각자대표 체제인 SPC그룹은 대표이사마저 공백 상태다. 지난달 22일 황재복 대표가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데 이어, 그룹의 법무·대관·홍보 등을 맡던 강선희 대표도 취임 1년 만에 사임했다.
이처럼 회장과 대표이사의 부재라는 초유의 경영 공백으로 SPC그룹은 역점사업인 해외시장 확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SPC그룹은 4일 검찰이 허 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허 회장은 얼마 전 검찰의 부당한 기소로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자사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중요한 시기에 유사한 상황이 반복돼 매우 유감"이라며 입장문을 냈다.
앞서 허 회장이 2022년 12월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고,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것에 비춰 검찰의 영장청구와 법원의 구속 조치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당장에 체포 직전까지 허영인 회장이 공들여 온 이탈리아 진출이 불투명하게 됐다. 최근 SPC그룹은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 최고경영자(CEO) 마리오 파스쿠찌를 만나 이탈리아 진출을 위한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는데, 허회장 구속으로 컨트롤타워 부재와 대외신뢰도 추락에 따른 향후 협상에 악영향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중동 등 신시장 개척도 사실상 발목이 잡혔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기업과 업무 협약을 맺고 중동과 아프리카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6월 말레이시아 조호르바우에서 착공한 할랄 인증 공장도 올 하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는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SPC그룹 글로벌 비즈니스유닛(BU)장 겸 파리크라상 사장과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형제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분석한다.
동시에 앞으로 재판정에서 SPC와 검찰 간 법리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겠지만 허 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의 파리크라상과 SPC삼립, 차남 허희수 부사장의 비알코리아와 섹터나인으로 사업승계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장남과 차남이 각각 해외 사업, 신사업을 주도하는 굵직한 보직을 맡아온 상태라 체감하는 경영 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관계자는 “허 회장이 70이 넘는 고령인 탓에 그동안 경영 승계에 관심이 높았는데 (구속 사태로) 3세 체제가 뿌리 내릴 도화선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사법 리스크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손상은 감내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맹점 매출에 악영향으로 나타날 경우 가맹점주 피해로 직결돼 자칫 일부 이탈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파스쿠찌 등 SPC그룹의 주요 브랜드 가맹점 수는 총 6191개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