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률 97.5%…“노조, 실제 파업 시 회사 실적 회복에 악영향”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조합원 투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파업을 진행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2024년 삼성전자 임금·복리후생 교섭에 참여한 노조는 5개다. 이들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찬반 투표를 이어왔다.
투표 결과, 노조원 총 2만7458명 중 2만85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전체 조합원 중 74%에 달하는 2만330명이 쟁의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참여자 중 찬성은 97.5%로 집계됐다. 이로써 노조는 지난 2월 노사 임금 협상이 결렬된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을 거쳐 쟁의권을 법적으로 확보한 상태다.
쟁의 투표에 참여한 노조는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4노조) △DX노동조합(5노조) 등이다. 다만 DX노조의 경우 조합원 투표 참여율이 36.8%로,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때문에 조합 차원에서는 쟁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DX노조는 조합원 공지를 통해“ 이 같은 투표 결과는 다수 조합원이 현 시점에선 쟁의 행위 진행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따라서 우리 조합은 단체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쟁의에 참여하는 노조들은 우선 오는 17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삼성전자 DSR 타워에서 평화 쟁의 행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는 노사 협의회와 임금 조정 협의를 거쳐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작년 4.1% 대비 1.0%p 인상된 5.1%로 합의를 봤다. 다만 노사협의회와 별도로 사측과 임금 교섭을 하던 노조는 교섭 결렬 선언 후 6.5% 임금 인상률과 유급 휴가 1일 추가 등을 요구하며 사업장별 순회 투쟁을 전개해왔다.
교섭 대표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의 조합원 수는 성과급에 대한 불만으로 급증했다. 이곳 조합원 수는 창립 5년 만에 2만명을 돌파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의 지난해 초과 이익 성과급(OPI) 지급률은 연봉의 0%로 책정됐다. 이는 업황 악화·실적 부진 여파로 일부 사업부 성과급이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나온 데에 따른 것이다.
1969년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 창사 이래 파업이 벌어진 전례는 현재까지 없다. 노조는 2022년과 2023년에도 임금 협상이 결렬되자 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실력 행사에 나서지는 않았다.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이다. 반도체 업황 회복 덕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1배 늘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실제 파업을 할 경우 삼성전자가 실적 회복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사측 관계자는 “쟁의 행위 찬반 투표가 가결된 점은 유감"이라며 “당사는 언제나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해 정상 경영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