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석수 따라 정책 추진 방향성 결정···‘3대 개혁’ 추진 갈림길
재계 상속세·최저임금 개편 등 주목···탈원전·금투세 등 정책 변화 가능성도
경제계가 집중하는 총선 이후 정책 변화 시나리오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제계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정책 방향성이 여야 의석 수에 따라 사실상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정부가 '3대 개혁', '밸류업 프로젝트'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선거라 무게감이 상당하다.
8일 경제계에 따르면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각종 세금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재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속세 개편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논의가 대표적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며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대위원장은 지난달 말 유세에서 “1400만 개인 투자자의 힘이 되겠다. 금투세 폐지를 반드시 해내겠다"고 발언했다.
상속세 개편의 핵심은 과세 기준이 지나치게 징벌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대주주 할증 등을 포함해 최대 60%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기업 활동 자체가 힘들어지고 중소 업체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등 별세 이후 이 같은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조세제도 개선과제 건의'를 통해 “지난 30년간 G7 국가는 상속세를 점진적으로 낮춘 반면 우리나라는 상속세를 높임에 따라 부의 해외이전, 편법적 탈세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과도한 상속세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투자를 유도하고 민간소비 여력을 높일 수 있는 세제를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이다. 시행 시기는 원래 지난해지만 여야 합의로 내년까지 연기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아예 폐지하고 다른 법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재계는 거대 야당이 탄생할 경우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각종 반(反) 기업 법안이 촘촘해지거나 부활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대표적이다. 급격한 인플레이션, 한국전력 눈덩이 적자 등도 민주당의 정책 실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야당이 또 '현금 살포' 등 포퓰리즘을 시행하면 고물가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밖에 법인세 인상, 기본소득 지급, 토지 공개념 도입 등 경제 상식을 역행하는 제도가 생길 수도 있다.
현장에서 개선 수순을 밟고 있는 민생법안들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차등지급, 대형마트 규제 완화 등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만일 야당이 '대승'할 경우 탈원전 정책 같은 정책 실패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과 정유사 등에 도입될 뻔 했던 '횡재세' 역시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재추진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도 동력을 되찾을 수 있다.
수출 기업들은 여당이 대승할 경우 연구개발(R&D) 지원이나 각종 불합리한 규제 철폐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미국, 중국 등이 막대한 보조금을 뿌려 주력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게 기업들의 생각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일 발표한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무역업계의 건의사항'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 322개사 중 36.6%는 국회가 1순위로 다뤄야 하는 분야로 '정책금융'을 꼽았다. '기술·R&D(26.1%)', '규제(24.2%)', '노동(13.1%)'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경제계는 이번 총선이 현 정부 '3대 개혁' 추진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점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여당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연금·노동·교육 등을 발 빠르게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이에 대해 정치적 시각으로 접근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