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TDF 시장 규모 10조 육박
은퇴 시기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성
디폴트옵션 도입 후 성장세 가팔라
젊은 층 유입 증가에 상품 다양화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TDF 시장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다.
14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TDF 설정액은 9조3386억원이다. 지난 1월 설정액이 8조8146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연초 이후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퇴직연금 계좌를 운용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TDF 시장이 크게 확대중인 것이다.
TDF는 연금계좌 전용 상품으로 자산운용사가 투자자의 은퇴 날짜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정해 운용하는 펀드다.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조정해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투자자가 젊으면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은퇴시점이 다가오는 연령이 되면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TDF는 상품명 뒤에 붙은 네 자리 숫자로 구분되는데 이는 빈티지라고 불리며 은퇴시기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TDF2050의 경우 은퇴 시점을 2050년으로 예상하는 직장인들에게 적합한 상품을 뜻한다. 빈티지는 5년 단위로 나뉘며 최근에는 사회초년생을 타깃으로 한 빈티지 2080 상품까지도 등장했다. 이날 기준 최근 5년 수익률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전략배분2045'이 56.21%로 가장 높다.
운용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설정액 기준 시장 점유율이 37%로 가장 높다. 삼성자산운용이 18%로 뒤를 이었고 KB자산운용이 14%,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이 각각 10%, 9%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도입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를 계기로 TDF 시장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대상으로 별도의 운용 지시가 없어도 사전에 지정된 운용 방법에 따라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는 제도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수익률을 높이고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도입됐다.
디폴트옵션을 통해 사전에 지정된 TDF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TDF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젊은 층의 연금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Z세대를 겨냥한 TDF 상품 라인업도 다양해지고 있다. 운용사들은 TDF 상품 다양화를 통해 TDF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TDF2080'을 출시했다. 오는 2080년 은퇴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으로 국내에 출시된 TDF 중 가장 초장기 상품이다. 매월 16만6777원씩 납부하고 연 복리 수익률 8%를 가정할 경우 10년 후 평가 금액은 약 3050만원(원금 2000만원)이 된다. 20년 후 평가 금액은 약 9800만원(원금 4000만원)에 달한다.
현재 시장에서 운용되고 있는 TDF는 빈티지가 2025인 상품부터 2050, 2060, 2080 상품까지 다양하다. 빈티지가 높은 상품의 경우 증여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펀드를 활용한 증여의 경우 신고 이후 발생 수익에 대해서는 과세가 제외되기 때문에 절세에 유리하다. 아직 어린 자녀나 손자를 위한 증여세 절세 전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현재 TDF 시장은 과거 ETF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을 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며 “디폴트옵션 도입을 계기로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운용사들도 TDF 상품 운용에 집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