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뒤 '의정 갈등' 기조 변화가 예상됐던 정부 측이 “의료계가 단일안을 가져오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 '변함없는 의지'를 다졌다.
반면 의사단체들은 정부를 향한 법적 투쟁을 이어가면서도 내부 갈등이 역력한 모습이다.
정부는 총선 직전인 9일부터 비공개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이어왔고, 닷새 만인 15일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공개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는 변함없다"며 의료계에 “집단행동을 멈추고 조속히 대화에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2025년도 대입 일정을 고려할 때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통일된 대안을 조속히 제시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 달 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수시모집요강'에 증원 규모가 최종 반영되면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조 장관은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제시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며 의대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그러나 이날 전공의 1360명은 이런 정부 의지에 '맞불'이라도 놓듯 박민수 복지부 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했다.
정근영 분당차병원 전 전공의 대표는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젊은 의사들이 본인의 의지에 반하는 근무를 하도록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공의들의 휴직권과 사직권, 직업 선택의 자유, 강제노역을 하지 않을 권리 등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는 절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늘 기자회견은 박민수 차관 생일 축하도 드릴 겸 진행하는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다만 이런 소송전은 법원뿐 아니라 시민단체 등 여론 영역에서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도 이날 서울행정법원에서 각하됐다.
각하란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지금까지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제기된 집행정지 신청 6건 중 4건이 신청인 자격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원의 각하 판단을 받았다.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시작으로 전공의·의대생·수험생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 등이 잇따라 각하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와 환자단체 역시 의사들 집단행동을 비판하면서 '정부 의지'를 주문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 토론회에서 “의사가 응급·중증 환자에게 불편을 넘어 불안과 피해를 주면서까지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입장문에서 “두 번 다시 의료 종사자들이 환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이탈해 환자의 생명을 집단행동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응급·중환자실 이탈방지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여당의 총선 대패가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의료계의 해석은 의료대란을 만든 당사자의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선거로 주춤했던 의대 증원 추진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직 전공의들은 보건복지부 차관을 고소한다고 한다"며 “이렇게 특권 의식에 취해 있는 의료계 행태를 국민이 얼마나 더 참고 기다려야 하나"고 따져 물었다.
정부·법원·시민단체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 이견도 감춰지지 않고 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원장은 전날 “대한전공의협의회 위원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의협, 개원가 모든 직역이 총망라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재논의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열심히 같이 잘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정 전 대표는 교수들을 향해 “전공의들은 이렇게 나와서 싸우는데, 교수님들은 전공의들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병원으로 돌아와달라고 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중간착취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고, 교수들의 분노를 산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상당히 동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