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대표 매파 조윤제 위원 20일 임기 마무리
“금리 인하 앞서 물가 안정 확신 중요”
“물가 상승률은 가능한 빨리 목표 수렴해야”
환율 1400원 돌파...“경제 전반 우려할 상황 아냐”
오는 20일 임기가 끝나는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물가 안정이 중요한 데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가능하면 빠르게 목표(2%) 수준만큼 낮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 전제는 물가 안정…서두를 단계 아니다"
조윤제 금통위원은 16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조 위원은 2020년 4월부터 금통위원을 지내고 있으며 오는 20일 임기가 끝난다. 그는 금통위원 중에서도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 위원으로 꼽혔다.
조 위원은 지난 12일 금통위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하반기 물가가 월 평균 2.3% 정도로 가면 금통위원 전체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이고 불확실성도 많은 데다 금융시장이 지난 수개월 동안 완화적 흐름을 이어오고 있어 금리를 서둘러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재가 말씀하신 것처럼 제일 중요한 전제는 물가가 목표 수준대로 안정될 것이란 확신이 들어야 한다"며 “이는 금통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하반기에 월 평균 물가가 2.3% 정도로 가면 연말에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이 될 수 있다"며 “지금보다 실질금리는 더 올라가고 더 긴축적인 효과를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시에 통화정책은 조금 선제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하반기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것"이라며 “하지만 결코 서둘러 금리를 인하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 위원은 물가는 가능한 빠르게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가 빨리 안정될 수록 누적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국민들의 구매력이나 통화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근원물가는 추세적으로 안정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는 공급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우리가 컨트롤 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대체로 빠른 패스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창용 총재가 취임한 후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조금 더 시계를 가져가며 분석을 해봐야 할 텐데, 개인적으로는 3개월 동안 적어도 시장의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 않았나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개인 의견으로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가지고 있는 한계도 있다고 본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세계 중앙은행으로서 주도적으로 통화정책을 해나갈 수 있지만, 한은의 통화정책은 여러 대내외 변수들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긴 시계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불확실성이 높을 때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는 것은 중앙은행 신뢰성에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환경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본격적인 토의는 내부에서 시작하지 않았지만, 추후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금통위원 개인 통화정책 얘기할 입장 아냐"
이날 금통위원들이 시장과 소통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조 위원은 “타당한 질책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금통위가 협의체이기 때문에 저의 의견은 7분의 1의 의견이다. 제가 어떤 권위나 책임을 가지고 통화정책을 얘기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과 소통을 가장 활발히 하는 곳은 미국인데, 미국은 중앙은행 제도가 우리하고 많이 다르고 실제 거버너(governor)들의 역할도 금통위원들과 다르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한 예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거버너는 감독, 조사, 결제 등 각자 맡고 있는 포트폴리오가 있기 때문에 개인이 책임과 권위를 가지고 얘기를 할 수 있지만 한은의 금통위원들은 맡고 있는 포트폴리오가 없다. 조 위원은 “그런 생각 때문에 가능하면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옳다는 생각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이날 장중 1400원을 돌파한 것과 관련해서는 “최근 경상수지 흐름, 외환보유고 수준 등 우리나라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조 위원은 평가했다. 그는 “환율 상승의 주 요인은 달러화 강세와 함께 최근에는 피크 아웃이 지연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미간 금리 차에 따른 환율 변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금리도 분명히 하나의 요인이기는 하지만, 환율에 미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그 나라 경제에 대한 평가, 성장률, 각종 금융안정에 대한 리스크 등 종합적인 변수들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어 “최근 수개월 동안 내외 금리차는 변화가 없었지만 환율 수준은 많이 변했다"며 “그 변화는 내외 금리차보다도 오히려 다른 요인이 더 많았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