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에 거는 기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17 10:32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국제협력실장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국제협력실장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국제협력실장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스가 1960년에 쓴 '사회적 비용의 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은 시장을 활용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한다는 아이디어의 기반을 제공했다. 이 논문은 경제학 사상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이다. 코스는 정부의 직접적인 간섭과 통제보다는 시장과 가격체계가 더 좋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스는 배출권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의 생각을 환경 문제에 적용했다. 미국에서 산성비를 줄이기 위해 실시한 배출권거래제는 규제로는 어림도 없었을 만큼 훨씬 적은 비용과 빠른 속도로 이산화황 배출량을 크게 줄였다.




오염을 배출하는 권리를 시장에서 사고 파는 것은 도덕적 결함에 면죄부를 주는 폐해를 낳는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국제 기후협상에서도 비용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탄소시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제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 교토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실행하는 방법에 대해 충돌했다. 유럽연합(EU)은 강제적이고 직접적인 개입을 주장했다. 미국은 산성비 정책의 성공으로 생긴 자신감으로 거래제를 주장했다. 마감을 이미 넘긴 상태에서 의장은 미국과 EU 대표를 가까운 휴게실로 데려가 교토의정서를 타결시켰다. 이렇게 해서 시장은 기후변화에 개입하게 되었다.


개도국 입장에서도 선진국이 개도국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청정개발체제(CDM)와 같은 시장 메커니즘은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었다. 교토의정서 하에서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에 기술과 자금을 투자하여 줄인 온실가스를 자국의 감축 의무 달성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개도국들은 친환경 기술에 대한 해외 투자를 받게 되어 자국의 개발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고,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 달성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2015년 파리협정 체결로 탄소시장이 재편되었다. 파리협정 6조에 협력적 접근법(6.2조)과 지속가능발전체제(6.4조)라는 국제감축사업을 도입하였다. 이 조항은 각 국가가 국가감축목표(NDC)에서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 협력적 접근법은 국가들의 합의로 정한 자체 규칙에 따라 감축 실적을 나누어 갖는 방식이다. 지속가능발전체제는 교토의정서의 CDM과 유사하게 국제연합(UN)의 감독기구가 관장하는 시장이다.


작년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당사국 총회에서 6조에 대한 추가지침을 개발하기 위해 협상을 벌였다. EU는 환경적 건전성을 위해 강한 규제를 주장하였다. 미국은 민간의 참여 확대를 위해 자발적 형태를 지지하였다. 양 진영의 입장 차이와 일부 개도국의 국제 탄소시장 개설에 대한 신중한 입장 표명으로 합의가 무산되었다.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와 다르게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국가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개도국이 온실가스 감축량을 선진국에 이전하면 그 만큼을 자국의 배출량에 더해야 한다. 이를 상응조정이라고 한다. 상응조정이 되지 않은 배출권은 중복산정 문제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지적받고 국가 감축목표에 사용할 수 없다. 파리협정 6조 메커니즘에서는 모든 면에서 개도국(사업 유치국)의 권한이 강력해졌고 선진국(투자국)의 권한은 약해졌다. 국제감축사업을 통해 배출권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도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41개의 국제감축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와 태국이 협력적 접근법에 따른 거래를 최초로 완료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스위스는 태국 방콕에서 내연기관 버스를 전기 버스로 교체하면서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량(1916톤)을 구매하였다.




우리나라는 스위스, 일본, 싱가포르와 더불어 국제감축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감축사업을 통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13%에 해당하는 3750만톤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아직 UN에서 추가지침이 타결되지 않았으나, 선제적으로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 가봉과 협정을 체결하였고, 가나, 페루 등 6개국과는 가 서명을 하였다. 2023년 한국에너지공단은 베트남 3개 사업, 우즈베키스탄 1개 사업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올해도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를 규제하려는 노력은 에너지 정책과 시장의 구조를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저탄소 에너지원에 대한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자금의 흐름도 저탄소 기술로 향하고 있다. 국가 간의 협력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파리협정 6조와 같은 탄소시장이 국제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새로운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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