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완구업체와 거래 종료, 매출 27% 차지
실적부진으로 자본잠식 위기...결손금만 672억원
브랜드·고객층 확대...이차전지 신사업서 승부수
손오공과 미국 최대 완구업체 마텔 간 유통 거래 종료 소식이 발표됐다. 이에 손오공이 겪고 있는 실적 부진이 더 심화할 경우 자본잠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회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 브랜드와의 유통 계약 및 고객층 확대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더불어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통한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오공은 캐릭터 등 완구 유통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코스닥 시장 상장사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포털에 따르면 손오공은 전날 마텔(MATTEL EAST ASIA LIMITED)로부터 완구 유통·거래 관계 종료 통지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거래종료일은 오는 10월 1일이다.
마텔은 트랜스포머·바비 등 인형 장난감 IP를 보유한 미국 최대 완구사다. 한때 손오공의 최대주주로써 한국에 직접 진출하기도 했으나, 2022년 10월 김종완 손오공 전 대표이사에게 지분을 양도하면서 주주 지위에서 물러나 있던 상황이다. 그러던 차에 이번 유통 거래 관계 종료를 통지해 곧 손오공과의 모든 관계가 단절될 것으로 보인다.
손오공은 이번 공시로 재무적 위기에 봉착하게 될 전망이다. 손오공의 작년 별도기준 연 매출은 471억원으로, 마텔 완구가 차지하는 매출은 127억원(26.96%)이다. 아직 거래 종료일까지 시간이 있고 완구 재고도 남았지만, 내년 이후 실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다른 활로를 찾을 필요가 있다.
특히 손오공은 계속되는 실적 부진으로 자본잠식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에서 대안 마련이 더욱 절실하다. 작년 손오공의 연결기준 매출은 503억원으로 전년 대비 24.50%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5억원, -119억원으로 적자 지속 중이다. 그 결과 결손금이 554억원에서 672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었는데, 자본금(169억원)과 자본총계(218억원)의 차이는 49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오는 연말까지 이보다 더 많은 결손금이 발생할 경우 자본잠식이 현실화된다.
이같은 재무적 상황 때문에 손오공의 향후 주가 향방도 불투명하다. 이날 손오공 주가는 전일 대비 4.31% 감소한 2555원에 마감했다. 지난 3월 20일에는 주당 406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한 달도 안되는 기간에 절반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현 최대주주인 에이치투파트너스는 작년 김종완 전 대표가 보유한 173만5619주를 주당 5070원에 사들였는데, 아직도 별다른 투자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손오공의 주력 사업인 캐릭터 완구 사업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한 점도 문제다. 손오공은 작년 실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고환율에 의한 매출원가 증가'를 꼽았는데 올 4월 현재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하는 등 강달러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저출생 지속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도 악재로 꼽힌다.
이에 손오공 측은 마텔 완구를 대체할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와 유통 계약을 맺는 한편, 성인층인 '키덜트(Kidult)'로 고객층을 넓혀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손오공 관계자는 “이미 작년부터 마텔 외 글로벌 대형 완구업체 MGA, 무스토이즈, 제즈웨어 등과 유통 계약을 맺어 충분히 매출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한다"며 “상세한 계약 규모는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신사업을 통한 활로 확보도 모색 중이다. 이미 손오공은 작년 11월 임시 주주총회 당시 정관에 이차전지 소재 분야로 사업 목적을 추가했으며 올 1월 관련 법인 '손오공머티리얼즈'를 설립해 사업을 영위 중이다. 이미 손오공머티리얼즈는 볼리비아리튬공사(YLB)와 탄산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 연간 3000톤 이상의 볼리비아산 탄산리튬을 우선적으로 공급받게 됐다.
손오공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사업과 관련해 YLB 고위 임원이 올 상반기 내 한국에 방문할 예정"이라며 “본격적인 매출은 하반기부터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