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만난 이복현 “단기 이익 좇는 무리한 요구 지양” 일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18 15:37

금감원 18일 기업·주주행동주의 상생·발전 간담회

이 원장 “행동전략 미흡하면 주주 공감 얻기 어려워”

행동주의펀드, 기업 비협조·주주권 행사 어려움 호소

장기 성장전략 필요성엔 기업·행동주의 ‘한 목소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18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전 세계적으로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주주행동주의에 기업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장기 성장전략'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주주행동주의의 단기 수익만을 추구한 무리한 요구는 기업의 장기 성장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주주행동주의 기관이 기업을 향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자본시장 발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올 주주총회 결과에서 보듯 행동전략이 탄탄하지 못하면 주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공허한 캠페인으로 끝날 수 있다"며 “책임감과 투명성, 전문성을 갖고 적극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주 활동으로 기업과 자본시장의 성장을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기업 측에서는 KT&G, DB하이텍, 신한금융지주, JB금융지주,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참석했고 주주행동주의 측은 트러스톤자산운용, KCGI, 안다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등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DB하이텍과 KCGI는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활동으로 대립한 바 있어 눈길을 끌었다. DB하이텍과 소액주주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KCGI가 소액주주 편에서 배당 확대, 자사주 비중 확대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KCGI가 DB하이텍의 지주회사격인 DB InC에 지분 5.63%(250만주)를 넘기면서 DB하이텍 소액주주들로부터 주주행동 신뢰를 잃는 등 소액주주 활동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달 마무리된 올해 정기주총에서는 총 93건의 주주제안이 나왔는데 이 중 주주환원 2건과 이사선임 안건 26건 등만 가결되면서 가결율이 30%에 그쳤다. 이에 이 원장 역시 주주행동주의의 저조한 성과의 원인이 행동주의 펀드의 무리한 요구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주주행동주의 기관들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업과 주주행동주의 기관 간 애로사항에 대한 내용이 오갔다.




기업들은 주주활동 변화 등 긍정적 영향에는 동의했지만 주주행동주의가 기업 평판과 경영안정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를 위해 기업을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주주행동주의 기관들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회사의 장기성장 목표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주주행동주의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기업의 비협조로 주주권 행사가 어렵다는 점을 호소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주주행동주의가 기업가치 제고를 지원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ESG연구원 측은 “기업과 주주의 장기적 이익을 지향한다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 측은 “행동주의가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지 여부를 심도 있게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체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투자자들에게 행동주의 활동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공시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주주활동주의 확산에 따라 배당절차 개선, 주주제안 및 주총 관련 공시서식 개정 등을 추진해왔다. 앞으로도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통한 주주이익 극대화를 추진하고 주주들이 그 이익을 기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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