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환율 상승폭 6.9%
정부, 각급 협의체 가동해 대응 나서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서만 7% 넘게 치솟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상승폭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국가에 비해 원화 가치 낙폭이 커 한국경제의 대외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당국도 협의체를 가동해 대응에 나섰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8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종가(1288.0원)보다 7.3% 상승한 수치다.
연초 3개월 내에 7% 넘게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1990년 3월 시장평균환율제가 도입된 이후 같은 기간 기준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기 당시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 상승폭은 각각 6.9%, 5.8%로 상승률이 7%에 못 미쳤다. 외환위기 사태가 불거진 지난 1997년에도 같은 기간 6% 안팎으로 상승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미 금리 인하 지연 전망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데 따른 결과다.
미국 경제가 나홀로 호황을 지속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통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에 이어 이란-이스라엘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연이어 터진 것 또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자극해 달러화 강세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하지만 달러가치 상승분을 고려해도 원화가치가 7% 넘게 떨어진 것은 초과 낙폭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로·엔·파운드 등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인 달러 인덱스는 지난 19일 기준 4.8%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화가치 하락은 2.5% 가량 초과 낙폭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보다 통화가치가 더 크게 하락한 나라는 칠레(10.0%), 일본(9.8%), 스웨덴(9.0%), 스위스(8.5%), 브라질(8.1%), 아르헨티나(7.6%) 등이다.
외환당국도 원화가치 하락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판단하고 우려를 표하는 양상이다.
지난 17일 개최된 '한·미·일 3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는 공동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미 워싱턴D.C.에서 원·달러 환율 급변동에 대해 수차례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다.
기획재정부 역시 기재 차관보 주재로 매일 실물 및 금융부문 '관계기관 콘퍼런스콜'을 통해 동향을 파악하는 동시에 필요에 따라 차관급 또는 장관급 회의로 격상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