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부담 커진 가정의 달…‘가난의 달’ 자조까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04 08:45

세일 상품 찾거나 부모님 용돈 ‘동결’…외식비 특히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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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을 맞은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를 찾은 시민들이 진열된 완구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

“인터넷에서 사는 게 그나마 좀 싸네. 오늘 주문하면 그래도 어린이날에 맞춰 배송되지 않을까요?"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백화점 완구 코너에서 만난 김명지(37)씨는 들고 있던 장난감 상자를 멋쩍게 다시 진열대에 내려놨다.


4살 아들의 어린이날 선물을 고르러 왔다는 김씨는 7만원에 달하는 변신 로봇 세트 가격이 부담스러워 몇천원이라도 아끼겠다는 마음으로 연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만난 원모(33)씨도 “가격이 부담스러워 두 살 딸에게 줄 어린이날 선물을 고르지 못하다가 60% 할인하는 원피스를 찾았다"며 “세일하지 않았으면 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각종 기념일을 앞두고 쪼그라든 지갑 사정에 근심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특히 올해는 무섭게 오른 물가 때문에 5월이 '가정의 달'이 아닌 '가난의 달'이라는 자조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이날 레고 매장에 진열된 상품 가운데 어린이날 기간 10∼30% 할인이 적용된 60종의 평균 가격은 약 8만8000원이었다. 가장 비싼 상품은 20만7900원이었다.




어린이날 전후로 방문객이 늘어나는 유명 놀이공원의 종일 이용권은 어린이 기준 롯데월드 4만7000원, 서울랜드 4만3000원 등이다. 동행하는 부모의 성인 입장료와 외식비 등을 고려하면 하루에 가족당 최소 20여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부모들은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1년에 단 하루 있는 날인데 챙기지 않으면 아이가 서운해할까 봐, 다른 친구들과 비교될까 봐 되도록 원하는 선물을 사주려고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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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과 치킨, 피자 등 외식 품목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한 음식점에 음식 메뉴 사진 안내판이 붙어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냉면, 김밥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서울지역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최대 7% 올랐다.(사진=연합)

가족끼리 식사를 같이하기만 해도 고물가를 절실히 실감하게 된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4인 가족 기준으로 국내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샐러드바를 이용하려면 13만4천800원이 든다. 작년과 비교하면 5천원을 더 내야 한다.


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도 최근 대표 메뉴 가격을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1900원(10.5%) 올렸고, 맥도날드 역시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피자헛은 2종 메뉴 가격을 약 3%씩 인상했다.


불과 며칠 뒤 이어지는 어버이날을 앞둔 심정도 비슷하다.


어버이날마다 장인·장모에게 현금을 드린다는 구로구 주민 곽모(36)씨는 “물가는 올랐지만 생활력이 나아지지 않아 용돈을 늘리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성북구에 사는 최모(44)씨는 “마음 같아서는 양가 부모님들을 동남아나 일본 패키지여행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지만, 지출이 너무 커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울상지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9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


외식 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빠른 속도로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대표적인 외식 메뉴인 삼겹살(200g) 가격은 작년 동월(1만9236원) 대비 3.4% 오른 1만9981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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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3일 앞둔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 앞에서 야외학습을 나온 어린이들이 송파구 캐릭터인 하하, 호호와 함께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다(사진=연합)


김현우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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