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투자심리 하락에도 대형건설사 브랜드 단지 '완판'
중견건설사 분양 단지는 줄줄이 미분양
전문가 “중견건설사 분양 단지 가격상승 기대감 낮아"
지방 아파트 분양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대형건설사들의 유명 브랜드 아파트들은 지방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중견건설사들은 장기간 미분양이 계속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지방에서 아파트 935가구 분양을 시작한 A 중견건설사는 무려 167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으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총 2975명이 지원해 전체적으로는 경쟁률이 높았지만 일부 타입에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167가구가 잔여 물량으로 남았다.
이보다 중견 건설사들 사이에선 이보다 더 심각한 장기 미분양도 흔하다. 예컨대 B 중견견설사가 2022년 각각 분양한 경남 김해, 전남 여수의 새 아파트들은 1년이 넘도록 아직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 이 건설사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평택에서 공급한 물량마저 아직도 완판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같은 중견건설사들의 지방 장기 미분양 물량 발생은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투자심리 하락과 분양가 상승세 때문이다. 지난 8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 금리는 3.42~5.74%로 다시 6%대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지난 3월 전국 민간아파트 3.3㎡(평)당 분양가는 1858만원으로 전년 동월(1585만원)과 비교해 무려 17.2% 상승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건설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혜택을 준다고 해도 지방 사업장 완판은 쉽지 않다"며 “중견건설사가 살아나려면 투자심리가 살아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중견건설사의 지방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는 것은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기 때문이다"라며 “이러한 현상은 고금리가 지속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대형 건설사들의 유명 브랜드를 사용한 지방 분양 아파트들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높은 브랜드 이미지와 상대적으로 지방에서의 물량이 적어 희소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 후 차익 실현에도 유리하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폭이 적은 등 투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지방 중소도시(수도권 및 지방 광역시 제외)에서 대형 건설사 분양 물량은 4개 단지 3747가구로 전체 분양 물량(1만1809가구)의 약 31.73%에 불과했다. 실제 대형 건설사가 지방 중소도시에 공급하는 아파트에서는 '대박'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삼성물산이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면에 분양한 '아산 탕정 삼성트라팰리스'는 1순위 평균 407.47대 1의 지방에서 보기 드문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우수한 상품성과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으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편의성까지 제공되는 대형 건설사 분양 단지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중견 견설사들의 지방 장기 미분양 물량을 빠르게 해소하려면 한시적 취득세 및 양도세 감면 등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