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신규 적금 가입의 80% 이상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등 5대 은행의 비대면 영업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도 비대면 상품에 높은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고객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적립식 예금 신규 가입에서 비대면 가입 비중이 평균 82.0%(계좌 수 기준)에 달했다. 은행 적금을 새로 가입할 때 10명 중 8명 이상이 영업점 방문이 아닌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채널을 이용했다는 의미다.
이 비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 60.0% 수준이었지만 2022년 2분기 80.0%로 4년 만에 20%p 상승한 이후 최근까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 비중이 96.5%에 달했다.
거치식 예금의 경우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비대면 가입 비중이 평균 69.6%로 나타났다. 5년 전 41.4%를 기록한 것보다 30%p 가까이 상승했다. 통상 적립식 예금에 비해 납입 금액이 큰 만큼 비대면 가입 비중이 아직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더 빠른 속도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펀드 또한 2019년 1분기 53.6%에서 올해 1분기 74.8%로 비대면 가입 비중이 20%p 이상 증가했다.
여신에서도 비대면이 활성화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신용대출 중 75.0%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은행서 목돈을 빌리는 경우도 4명 중 3명이 영업점을 찾지 않게 된 셈이다.
비대면 신용대출 비중은 2019년 1분기 30.4%에 그쳐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지만 2020년 1분기 40%, 2021년 1분기 50%, 2022년 1분기 60%를 차례로 넘기며 빠르게 늘어나는 추이를 보였다. 하나은행은 이 비중이 최근 3년 연속으로 90%를 웃도는 수준으로 비대면 신용대출이 매우 활발한 편이다.
이는 은행들이 모바일 앱을 통한 비대면 영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온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5대 은행의 모바일 앱 누적 가입자 수는 각각 최소 1000만명을 넘어섰다.
월간 이용자 수(MAU)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의 누적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지난달 말 기준 월간 이용자 수가 1227만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은 작년 12월 계열사 서비스를 통합한 '신한 슈퍼 쏠(SOL)'을 선보인 뒤 최근 이용자가 424만명으로 증가했다. 기존 신한은행 모바일 앱인 '신한 SOL뱅크' 월간 이용자 수는 1분기 말 967만명이었고, 누적 가입자 수는 그 2배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하나원큐'의 1분기 말 누적 가입자 수는 1580만명, 우리은행의 '우리WON뱅킹'은 2110만명, NH농협은행의 'NH올원뱅크'는 1069만명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고도화 등 기반을 닦아온 은행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는 등 혁신을 시도하고 있어 향후 비대면 비중 확대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은행들은 AI 기술을 모바일 앱에 탑재해 비대면 가입 확대를 유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 영업점에서 은행원이 하던 개별 고객에 따른 맞춤형 정보 제공, 투자 성향 등을 고려한 금융상품 추천 등을 AI 기술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한편, 비대면 영업이 늘어나며 대면 영업을 위한 점포는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은행권은 점포 수를 줄이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국내 점포 수는 3927곳으로, 5년 전 4699곳보다 772곳(16.4%) 줄었다. 이들 은행이 운영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도 같은 기간 2만8698대에서 2만779대로 7919대(27.6%)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