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이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110조원에 육박한 금액을 쏟아붇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이 차세대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810억달러(약 11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면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약 53조원)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대출 및 대출 보증으로 750억 달러(약 102조원)를 추가 지원하고 최대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할 계획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64억달러·약 8조7000억원)를 비롯해 인텔(85억달러·약 11조6000억원), TSMC(66억달러·약 9조원), 마이크론(61억달러·약 8조3000억원) 등에 328억 달러(약 44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발표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미국의 이런 투자는 중국에 대응하는 것 이상"이라며 “지원금으로 성장해 온 대만과 한국과의 격차 또한 좁히기 위한 목적"이라고 짚었다.
유럽연합(EU) 역시 지난해 역내 반도체 생산역량 증대를 위한 반도체법 시행에 들어갔고 이를 위해 463억 달러(약 63조 3476억원)의 금액이 투입된다. EU 집행위원회(EC)는 반도체 부문에 대한 민관 투자액 합계가 1080억 달러(약 148조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도체 르네상스'를 꿈꾸는 일본은 2021년 6월 경제안보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으며, 이후 일본 정부는 253억 달러(약 34조700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TSMC 제1·2공장에 최대 1조2000억엔(약 10조5000억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도요타·NTT 등 자국 대기업들이 협력해 만든 라피더스에도 9200억엔(약 8조1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은 민관 부문을 합해 642억 달러(약 88조원) 규모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국내 생산 반도체의 매출을 3배로 늘려 963억 달러(약 132조원)에 이르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신흥국들도 반도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인도는 지난 2월 타타그룹의 반도체 공장 건설 등에 정부 기금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원)가 들어가는 투자안을 승인했다.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 역시 올해 내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금융과 민간펀드 등을 통해 최소 10조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직접적으로 현금을 투입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반도체 분야에 초점을 맞춰 대규모 정책프로그램이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또 세액공제 비율을 올리고 반도체 분야 정부 지원 예산을 1조3000억원으로 작년의 2배 이상으로 늘렸다. 아울러 ▲ 인프라·투자 환경 ▲ 생태계 ▲ 초격차 기술 ▲ 인재를 4대 중점 과제로 정해 반도체 기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는 2047년까지 경기 남부 일대에 들어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에만 622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경쟁 격화에 대비해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반도체 산업에 쏟아붓는 자금 규모가 미국을 한참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 1420억 달러(약 194조7000억원)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최근 추산됐다. 또 중국 정부는 SMIC와 화웨이 등 주요 기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관장하기 위해 추가로 270억 달러(약 37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래 중국은 10∼30%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까지 높인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