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한 의원·산업부·업계는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고 수년째 주장
국회 여소야대 구조 21대 이어 22대에서도 계속될 예정이라 불투명
업계 “세 법안 정쟁 대상 아니고 여야 가릴 것 없이 반드시 처리 해야”
21대 국회 회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에너지업계에서는 주요 법안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한국전력공사, 원자력계, 풍력업계는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과 ,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해상풍력특별법' 통과를 지난해부터 수차례 요구하고 있지만 여야는 총선 등 정치적 일정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 사이 송전망 확충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여당이 강조하는 원자력발전 확대나 야당이 주장하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모두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산업부와 업계는 아직 기간이 남은 만큼 21대 국회에서 해당법안들은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연일 촉구하고 있다.
16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지난주 에너지미래포럼에서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21대 국회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전력망이 대폭 확충돼야 하지만 주민수용성 규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건설비용 상승 등 계통부족 현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를 해소 하고 싶지만 주민반대, 지자체의 인허가 비협조와 무리한 민원 요구까지 있어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알다시피 울진에서 신가평까지 가는 초고압직류전력망(HVDC)도 66개월이 늦어졌다. 북당진-신탕정 구간은 150개월이 늦어졌다"며 “한전이 좀 더 국민을 설득하고 정부와 정치권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한전에 맡길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해부터 전력망은 한전이 하는 게 아닌 국책사업으로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나와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발의까지 이끌었다"며 “그러나 여야 간의 의견차로 통과가 안되고 있지만 많이 이견이 좁혀져서 이달 중에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사장에 따르면 정부 측에서도 송전망 부족 문제가 한전이나 산업부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공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력망특별법에 범정부 차원에서 총리실 산하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망 건설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전은 전원개발 촉진법, 송전시설 주변지역 지원법 개정 등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송전망 확충을 위한 지역주민 보상 확대를 위해 고정된 주변지역 지원단가를 높여 반영하는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원자력발전 확대를 위한 고준위특별법도 통과가 시급하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신규 원전은 물론 원전 10기 계속 운전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직접 국회에 법안통과를 위한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최 차관은 최근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안전한 원전 운영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고준위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통해 원전 전주기 생태계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는 특별법이 21대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풍력업계도 송전망 부족으로 사업 인허가가 줄줄이 불발되고 있는 가운데 인허가 촉진을 위한 법안도 계속해 통과가 불발되면서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대회협력실장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이미 해외풍력발전 기업들에게 한국 시장의 매력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사업 진행이 불발될 경우 관련 인력들이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목젖까지 차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임에도 해상풍력특별법도 계속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예비지구선택, 가산점 등 정말 사업자들을 도울 수 있는 법안으로 22대에라도 다시 논의됐으면 좋겠다"며 “시대에 따라서 필요한 에너지가 바뀌어 왔다. 어떤 나라가 모두가 사용하기 위한 전기를 만들려는 사업자들을 힘들게 대하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 폐기된다. 총선 이후 이번에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나 다른 의원들이 다시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여러 현안 중 특히 송전망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22대 국회에서라도 반드시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정책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은 물론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미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야당이 강조하는 RE100(기업의 생산에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자는 캠페인)과 2050탄소중립 모두 좌초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해 정부와 여당이 강하게 법안 통과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이 법안들은 야당이 추구하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법안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반드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극적 타결을 희망하지만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곧바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