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이견 있는 사항 협의 중시…민심 어긋나면 국회법 따를 것”
1차 투표서 과반 이상 얻어 결선 없이 당선돼…明心 실체 논란도
민주 몫 부의장 후보엔 4선 이학영…내달 5일 본회의 표결 거쳐 확정
5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16일 22대 국회 전반기 2년(2024년 5월30일~2026년 5월 29일) 국회의장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서 정치권의 예상을 뒤엎고 당선됐다.
조정식 의원과 당내 최다선(6선)으로 이재명 당 대표의 마음(명심·明心)을 얻었다는 추미애 국회의원 당선자(경기 하남갑)를 꺾은 것이다.
민주당의 이번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당초 친이재명(친명)계의 핵심으로 꼽힌 조정식 의원과 정성호 의원(5선)도 출마해 4파전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이 두 의원이 중도 사퇴하면서 최종 경선은 우 의원과 추 당선자 간 2파전으로 압축돼 치러졌다.
'명심'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진 이날 경선에서 우 후보가 선출되면서 경선 과정의 '명심' 작용 실체 여부가 당 안팎의 논란 거리로 등장했다.
특히 정치권의 일반 예상과 달리 우 후보의 당선으로 4.10 총선 압승 이후 당 장악력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관련 당내 반란 표가 쏟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추 당선자는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 강경 지지세력으로 꼽히는 '개딸'(개혁의 딸)의 지원을 받으며 '명심'이 본인에게 있다고 강조해왔다.
우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선자 총회의 차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 추 후보를 제치고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우 후보는 이날 경선 투표에서 총 투표수 169표 중 89표를 얻어 80표를 얻은 추 후보를 따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 후보는 다음달 5일 예정된 22대 국회 개원 본회의에서 선출 절차를 거쳐 국회의장으로 임명된다. 국회의장은 관례적으로 다수당 출신 의원이 맡는 만큼 22대 국회의 전반기 의장은 새 국회 원내 제1당인 민주당 출신 우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우 후보는 이날 당선 소감으로 “국회의장의 역할은 사회자가 아니고,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으로서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선 협의를 중시하지만 민심이 어긋나는 퇴보나 지체가 생긴다면 국회법에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장 경선은 우 후보와 추 후보의 양자대결로 이뤄졌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명심'을 등에 업은 추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우 후보의 선출은 예상치 못한 이변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의장 후보로 나선 친명계 의원들이 각각 단일화와 출마포기를 하며 추 후보 '몰아주기'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우 후보는 노동·환경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분야의 문제를 해결해온 정치 협상가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특히 당내 '을지로위원회'(을(乙) 지키기 민생실천위원회의)를 오랜 기간 이끌며 현장을 누비며 실천력과 협상력을 모두 보여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최다선인 추 후보를 꺾은 배경으로도 현장을 중심으로 한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꾸준히 쌓아왔던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난 우 후보는 서울 경동고와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환경공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연세대 재학 시절인 1981년 전두환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이다 투옥됐고, 재야에서 인연을 맺은 이해찬·임채정 전 의원 등과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파인 재야 운동권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 몸담아 활동하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 노원을에서 당선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18대 총선에선 낙선했지만 이후 19대부터 22대까지는 내리 당선돼 5선 고지에 올랐다.
우 후보는 2013년 5월 부당한 갑을관계 문제 해소를 위해 발족한 당내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을지로위원회는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자영업자 등 사회의 '을'들이 겪는 노동 분쟁이나 갑을관계에서의 불이익 등을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민주당 내 기구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불공정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하며 '약자들의 대변인'이라는 별명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에는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로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을 타결했고, 2017년 5월 16일에는 홍영표 의원을 꺾고 재수 끝에 문재인 정부의 첫 여당 원내대표로 활동했다.
원내 수장의 경험이 풍부한 만큼 유연한 협상력으로 여당과 대화에 나서는 동시에 민주당이 추구하는 개혁 국회를 이끌만한 '외유내강'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2021년 대선 정국에서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내면서 이재명 후보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했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 기본주거, 기본금융 등 '기본시리즈' 공약을 지원하는 기본사회위원회에도 참여했고 현재 수석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편 민주당 몫의 국회부의장 후보로는 4선의 이학영 의원이 선출됐다. 국회 부의장도 다음달 5일 예정된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과 함께 표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