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님, 우리는 모두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21 12:55

기후 헌법소송 최종 변론, “정부가 파리협정 자의적 곡해”
아기기후소송 청구인 보호자 “예측하기 힘든 앞날 두렵다”

기후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최종 변론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후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최종 변론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기후미디어허브

정부와 국회의 탄소 감축 계획이 미흡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2020년 처음 제기된 기후 헌법소원의 최종 변론이 진행된다. 청구인들은 갈수록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보다 강화된 탄소 감축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가 현명한 판단을 해 줄 것을 요구했다.




기후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최종 변론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후 헌법소원은 정부 탄소중립 계획 및 국회 관련 법의 목표가 충분치 않고, 이행계획도 불분명해 미래세대를 포함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이라 위헌이라며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청소년 기후소송' △2021년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등 약 130명이 제기한 '시민기후소송' △2022년 6월 어린이 62명이 제기한 '아기기후소송' △2023년 7월 정치하는엄마들과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등이 제기한 소송이 병합돼 진행되고 있다.



첫 청구 4년만인 올해 4월 23일 첫 공개변론이 진행됐고, 이날 최종변론이 진행된다.


기후 헌법소원 공동 대리인단의 이치선 변호사와 김영희 변호사는 “정부는 파리협정의 '차별화된 책임의 원칙'을 자의적으로 곡해했다. 지구온난화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이 더 강화된 감축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인데, 정부는 각 국이 사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알아서 감축하면 될 뿐이고, 파리협정이 각 국에 그 어떤 감축목표도 강제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하며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청구인에게 직접 최후 진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은 그만큼 헌법재판소가 각별히 기후소송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후위기 심각성에 비추어 가능한 신속하게 저희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는 결정을 내려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아기기후소송' 청구인 보호자인 김정덕 씨는 “우리는 모두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가속화되는 기후위기 속 재난참사들을 겪으며 어린 사람을 돌보며 살고 있는 엄마로서,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이 너무나 두렵다. 한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안일하기 짝이 없다. 갈수록 끓어 오르는 지구의 예측하기 힘든 기후 상황을 정부가 하루빨리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여 정책과 예산이 집행되길 바란다"며 “한국 정부가 하루빨리 예고된 절멸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자명한 판결을 구한다"고 말했다.


기후소송 지지 대학생인 윤다영 씨는 “전 아마 죽을 때까지 기후위기와 함께 할 것이다. 달라지는 작물과 더워지는 여름, 잠겨가는 영토를 온몸으로 겪으며 살 것이다. 어차피 이런 미래가 저한테 남아있다면 그냥 순응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다. 모두가 멸종될 때까지, 그 끝만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무기력하다. 헌법소원은 그 무기력을 깰 동력이다. 제가 미래가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걸 증명해 달라"며 재판부에 현명한 판결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청구인들이 심판대상조항들 및 계획의 효력을 직접 받는 상대방이 아니고 사실상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므로 자기관련성이 없고, 심판대상조항들 및 계획은 구체적 온실가스 감축 시책 등으로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므로 직접성이 없으며, 심판대상계획으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현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40%도 기존 목표보다 상향한 것이고,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등의 특성을 감안하면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병효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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