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企업계, 만성적 인력난에 인구감소로 ‘설상가상’
노동력 부족에 청년·고숙련 인력 확보 ‘발등의 불’
외국인력·스마트공장·주4일제 도입은 시대 흐름
디지털전환 기업당 10억 소요 정부지원 2억 수준

▲인천에 있는 산업용 박스 제조 중소기업 중앙CMI의 직원들이 스마트공장에서 박스를 생산하는 모습. 사진=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인구 감소는 중소기업에게 노동력 감소를 의미한다. 가뜩이나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젊은층·고숙련 인력 확보가 최대 지상과제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인구감소시대 중소기업이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크게 세가지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첫째 외국인 인력 확충, 둘째 스마트공장 도입(자동화·로봇화), 셋째 주4일제 도입이 그것이다.
인구감소 시대 스마트공장 도입, 빠를수록 기업에 이익
지난 13~14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서울과 대전에서 자동화로봇 제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능형(스마트) 제조혁신 기술개발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능형(스마트) 제조혁신 기술개발사업'은 △첨단제조 △유연생산 △현장적용 등 3대 분야에 걸쳐 자동화·로봇화 개발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게 연구개발비를 지원, 이들이 개발한 자동화 기술·제품이 국내 중소기업에게 널리 보급돼 중소기업계의 디지털 전환(DX)를 촉진하는 사업이다.
이밖에 △중기부의 제조업 소공인을 위한 '스마트제조 지원사업'과 서비스업 소상공인을 위한 '서빙로봇 보급사업' △중소기업중앙회와 삼성전자의 '대·중소 상생형 삼성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뿌리기업 자동화·첨단화 지원사업' 등 정부, 지자체, 대기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노동력 감소에 대처하도록 전방위 지원을 하고 있다.
성공 사례도 늘고 있다. 비데 제조 중소기업 에이스라이프는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생산공정을 개선, 월 생산능력이 2.1배로 높아졌고, 도금업체 동아플레이팅은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해 불량률을 60%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인천에 있는 산업용 박스 제조업체 중앙CMI는 스마트공장 도입을 통해 수주부터 출고까지 소요기간을 기존 평균 6일에서 3~4일로 단축하고 납기준수율도 기존 70%에서 85%로 높였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보급률은 아직 저조하며 정부의 지원예산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데 평균 4년간 10억원 이상 소요되는데 정부 지원은 여러 업체에 분산 제공되다 보니 기업당 1~2억원씩 지원돼 실질적 도움이 못 되는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노동력 부족을 겪는 독일 중소기업도 생산 자동화로 눈을 돌려 유럽 최대, 세계 4위 로봇 시장으로 자리잡았다"며 “위험하고 힘든 제조현장을 로봇으로 대체해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젊은 근로자도 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4일제 네트워크' 출범식에서 김종진 주4일제 네트워크 대표간사(앞줄 오른쪽 4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주4일제, 생산성보다 노동인력 확보 수단 '발상전환' 요구
노동·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인구감소시대 노동력 확보를 위한 해법의 하나로 '주4일 근무제'를 제시한다.
한국노총 등 50여개 노동·시민단체가 지난 2월 결성한 '주4일제 네트워크'의 김종진 대표간사는 인구감소와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이제부터 주4일제 도입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4일제로 1인당 근로시간을 줄이면 일자리를 쪼개는 효과가 생겨 일자리 수와 노동인력 수를 모두 늘리는 효과가 발생해 노동인구 감소시대에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경영자측은 주4일제는 노동생산성 증대가 전제되지 않으면 경영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노동생산성 증대는 자동화·로봇화 중심으로 해결하고, 주4일제는 노동강도 완화를 통한 이직률 감소, 서비스질 개선, 우수인재 확보 등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김 간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국내 제조 중소기업 최초로 주4일제를 도입한 자동문 제조업체 코아드는 주4일제 도입 후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이 200대1을 기록했으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0%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기업교육 전문업체 휴넷 역시 주4일제 도입 후 채용경쟁률 3배 증가, 매출 20% 증가, 직원만족도 93.5%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소기업 자동화·로봇화 생산성 증대 사례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주4일제 도입 기업경쟁력 강화 사례
▲자료=각사
나아가 주4일제는 탄력·유연근무제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실현할 수 있으며, 여가시간 증가를 통한 레저산업 활성화, 공장가동 및 출퇴근 차량 감소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등 사회경제 전반의 효과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김 간사의 지적이다. 지난 4.10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한 것도 주4일제 공론화에 긍정적인 변수다.
김 간사는 “지난 2000년대 초 주5일제 도입 당시에도 정부가 IMF 외환위기로 실직한 사람들을 위해 일자리를 대거 늘려야 했던 상황이 주5일제 법제화의 원동력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주5일제 도입으로 일자리를 쪼갬으로써 다수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김종진 간사는 당장 1~2년 내에 주4일제를 도입하거나 법제화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간사는 “주5일제 도입 당시에도 공론화 시작부터 법제화까지 7~8년이 걸렸다. 앞으로 7~8년 후를 대비해 이제부터 주4일제 도입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