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상속세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인데 최대주주 할증과세시 실제 상속세율은 OECD 38개국 중 1위인 60%에 달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경제, 이대로 괜찮은가' 시리즈의 첫 주제로 발표한 '상속세제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현 상속세제는 부의 재분배 보다는 경제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27일 발표했다.
상의는 국내 기업 경영자들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수년내 상속세제의 방향이 한국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업 경영자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79.5%, 중소기업(제조업)의 경우 33.5%에 달했다.
보고서는 기업투자 위축과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상속세 부담이 완화된다면 우리 기업은 새로운 도약 기회를 가지는 변곡점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상의는 여러 국내외 전문가들의 연구를 인용하며 높은 상속세율이 직접적으로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해 경제성장을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송헌재 교수의 1965년에서 2013년까지의 OECD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상속세수가 1조원 늘어날 때 경제성장률은 0.63%p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90년부터 2006년까지 OECD 38개국의 1만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Ellul(2010)의 실증분석에 의하면 가업상속세율이 높을수록 해당 기업 투자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상의는 투자는 정체되고 있는 반면 상속세·증여세 징수액은 1997년 1.5조원에서 2022년 14.6조원으로 9.7배로 증가해 기업 투자가 더욱 지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의는 대한상의 소통플랫폼을 통한 '상속세 제도개선방향 국민인식 조사'에서 국민의 75%가 기업 공익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조사결과도 내놓았다.
국내 공익법인 수는 2020년 최대 4만1544개에서 2022년 3만9273개로 감소했다.
이에 상의는 공익법인 출연 주식의 상증세 면세한도를 1990년 이전과 같이 전면 폐지해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식은 면세한도를 현행 10%에서 20%까지로 확대하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주식은 현행 20%에서 35%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의는 기업의 밸류업에도 상속세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60%의 상속세율을 적용받는 현행 제도에서는 기업 가치가 증가(밸류업)하는 것보다 상속세 납부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최대주주에게 더 높은 효용을 주기 때문에 밸류업을 할 이유가 적다고 언급했다.
또 우리 상속세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OECD 평균수준인 15%로 상속세율 인하가 필요하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유산세 방식의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제3자에 자산을 처분할 때까지 과세를 이연하는 자본이득세로 전환해 경제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혁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