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 전세계 덮치나···韓 기업 ‘반사이익’ 기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26 10:56

美·中 갈등에 눈치보는 EU···러시아·이스라엘 등 불확실성도

車·이차전지 등 수혜 전망···철강·친환경 에너지 업계도 시선집중

자료사진. 부산항 신항 전경.

▲자료사진. 부산항 신항 전경.

미국과 중국이 불을 붙인 '관세 전쟁'이 전세계 시장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생겨 우리 기업들이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 중국 연대에 유럽연합(EU)이 동참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자동차, 친환경 에너지 등 일부 업종은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재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무역 시장 최대 뉴스는 미국, 중국, 유럽 등이 서로를 겨냥해 다양한 형태의 장벽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이 중국을 타깃 삼아 '관세 전쟁'을 본격화했고 EU에도 동참을 요구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반격 카드를 하나씩 꺼내들고 있는 상황이다.


포문을 연 곳은 미국이다. 이달 중순 불공정 무역 관행과 그에 따른 피해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산 일부 품목의 관세를 대폭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물리던 25%의 관세를 올해 100%로 올리기로 했다.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은 기존 7.5%에서 25%로 상향된다. 범용 반도체는 25%에서 내년 50%로, 천연 흑연과 영구 자석은 0%에서 2026년 25%로 각각 뛴다.



미국은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특히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세계 경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며 EU와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EU는 다음달 6일까지 중국산 전기자동차 반보조금 조사를 마무리 짓고 7월 초엔 관세 인상을 포함한 예비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앞서 작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을 부당하게 수령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후 조사 대상을 중국산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전동차, 의료기기 등으로 확대했다.




중국도 맞불을 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중국이 자동차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대형 배기량 엔진을 장착한 수입차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만·미국·EU·일본산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재계는 중국이 미국·EU의 관세 압박에 본격적으로 맞서기 시작하면서 향후 글로벌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오히려 혼탁한 상황 속에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성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이미 이 같은 소식들에 반응해 자동차와 수소·태양광 같은 친환경 에너지 업종 주가가 크게 오른 상태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EU가 참전할 경우 반사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던질 때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EU와 중국간 끈이 느슨해지면 이를 파고들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산 전기차들은 수년 전부터 유럽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산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도 중국 시장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이차전지 역시 마찬가지다. CATL 등 중국 기업들의 손발이 묶이면 우리 기업들의 활동반경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산 저가공세 속 좀처럼 빈틈을 찾지 못했던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도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친환경 에너지 쪽에서는 미국 내 태양광 설비 공급 과잉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됐다. 우리와 중국이 직접 경쟁하는 수소 밸류체인에서도 반사이익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철강 업계는 EU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전하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간 경쟁은 오히려 악재지만 촘촘한 장벽이 세워지면 지역별 맞춤 공략이 가능하다는 계산에서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한숨을 내쉬고 있던 석유화학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도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4일 양병내 통상차관보 주재로 한국 반도체·태양광·철강 업계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민관 합동 간담회를 열었다. 양 차관보는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통상 이슈에 대한 세심하고 적극적 대응이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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