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여야 연금개혁 기싸움 왜?…“명분보다는 정치적 계산 작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27 15:21
국민연금 개혁 여야 주장안 비교

▲국민연금 개혁 여야 주장안 비교

여야가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를 이틀 앞둔 27일 연금 개혁안 처리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여야가 이같은 이견을 보이는 것에 대해 겉으로 표현하는 명분과 다른 양측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속셈 때문이 아니냐는 정치권 분석들이 이날 제기됐다.


여야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연금 개혁안 논의 과정에서 연금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에 중점을 뒀으나 막판에 연금보험료율에 합의하고도 소득대체율 1~2% 포인트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양측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결국 여야가 연금개혁 문제를 22대 국회로 넘기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갑자기 집권 국민의힘의 개혁안에 대한 '수용' '양보' 등의 표현을 써가며 21대 임기 내 '모수개혁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하면서 정치권 공방이 펼쳐졌다. 여야의 제안과 역제안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양측의 조정안을 냈으나 여야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진 못했다.


연금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로 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 왔다. 또 국민의힘과 함께 연금개혁을 3대개혁에 포함시켜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그러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연금개혁 과제를 들고 나오자 발을 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는 모수 개혁 방안으로 현재 9%인 보험료율(소득 대비 내는 돈 비율)을 13%로 인상하는 방안에는 사실상 합의했고, 현행 40%인 소득대체율(받는 돈 비율)은 국민의힘이 43%, 민주당이 45%로 바꾸자며 이견을 보여 왔다. 거기에 더해 구조 개혁 방안으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통합, 공무원연금 개혁 등이 꼽히고 있는 가운데 '신연금 구연금 분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연금개혁과 같은 중차대한 과제를 시간에 쫓겨하기보다는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차분하게 논의해 차기 국회에서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을 한꺼번에 처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연금 개혁은 70년, 100년 뒤를 내다보고 우리 아이들과 청년 미래 세대를 보면서 추진해야 할 역사적 과제로,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면 거센 저항을 맞게 된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을 함께 논의할 여야정 협의체를 꾸리고, 21대 국회에서 활동이 종료되는 국회 연금특위를 22대 국회에서 다시 구성해 청년과 미래세대를 포함한 국민적 공감을 얻어가며 개혁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정쟁과 시간에 쫓긴 어설픈 개혁보다, 22대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하자"고 역제안했다.


민주당은 국회 연금특위 협상이 실패로 끝난 뒤 개혁안 처리를 차기 국회로 넘기는 듯 하다가 21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일 수 있는 28일 본회의의 채상병특검법 재의결 등을 코앞에 두고 느닷없이 불쑥 들고 나왔다. 당초에 이 대표가 모수 개혁안의 방안으로 일치하고 있는 보험료율을 제외하고 소득대체율을 45%로 밀어붙이다 44%로 바꿔 “수용" “양보" 등 표현을 써가며 여권을 압박하고 있는 것도 석연찮다는 반응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국회에서 연금 개혁을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함에도 여당과 정부는 한사코 미루자고 고집하고 있다"며 “무작정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은 연금 개혁을 하지 말자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여권이 야권의 채상병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28일 본회의 개최를 거부하고 합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연금개혁안 처리로 본회의 개최의 명분을 갖추려는 포석 아니냐는 것이 여권의 관측이다.


이에 김진표 의장이 28일 본회의가 어려우면 26일이나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날인 29일 연금개혁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별도로 열고 모수 개혁안을 먼저 처리한 뒤 구조 개혁안은 22대 국회서 처리하자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여권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연금개혁 이슈 주도권을 야권에 빼앗긴 것과 함께 결국 국민의 부담을 지워 정권의 인기를 떨어뜨리게 할 연금개혁 처리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낮고 임기 반환점도 안 돈 시점에 아무리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을 여권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서로 갈린다.


21대 국회에서 개혁안이 불충분해 물리적으로 합의가 어려워진 만큼 미래세대를 위해 모수 개혁과 함께 구조 개혁이 같이 이뤄져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용석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개혁안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 동력을 살려 구조적인 부분까지 함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도, 대표되지 못하고 있는 미래세대의 대표성을 살려 미래세대의 입장이 충분히 개혁안에 반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간 정부가 국민 및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오랜 검토 끝에 개혁안을 만들어 국회 연금특위에 제출한 것을 고려하면 최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구조개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반드시 완수돼야 하지만 모수개혁의 우선 처리도 방안 중 하나"라면서 “22대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에도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연금특위 구성은 후순위로 밀리며 개혁 동력이 사라지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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