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연금특위서 1년 7개월 논의…모수·구조개혁 이견으로 불발
22대 패키지 개혁 논의 진통 예상…지방선거·대선 등 정치일정도 변수
여야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28일까지 국민연금 개혁안에 끝내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연금개혁 과제를 22대 국회로 넘기게 됐다.
여야는 고령화·저출생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연금개혁 시급성을 한목소리로 외치면서도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사이 구체적인 방식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입씨름만 벌이다가 '빈손 종료'를 맞았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022년 10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약 1년 7개월 동안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진행해왔다.
국민의힘은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 강화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을 비롯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통합·연계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 상향 등 모수개혁을 강조해왔다.
여야는 4·10 총선 이후 특위의 연금개혁 공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갔고,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최종 협상안으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민주당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를 각각 제시했다.
보험료율 인상의 경우 현행 9%에서 13%로 상향하는 데 여야가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에선 2%포인트(p)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구조개혁 등 부대조건을 전제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절충안을 내기도 했지만 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5% 이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연금개혁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국민의힘의 '소득대체율 44%' 절충안을 수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21대 국회 모수개혁, 22대 국회 구조개혁'을 제안했다.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를 골자로 한 모수개혁을 1차로 처리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포함해 2차 연금개혁을 추진하자는 제안이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절충안의 부대조건인 구조개혁 없이 21대 국회에서 모수개혁만 추진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며 이 대표 제안을 거부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하자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대통령실도 여당의 '22대 국회 처리론'에 힘을 실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타협이 이뤄지기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며 “22대 국회에서 충실히 논의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22대 첫 정기국회는 오는 9월 1일부터 100일간 진행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모수·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할 '여야정 협의체'를 꾸리고 국회 연금특위를 22대 국회에서 다시 구성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2대 국회에서 기초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부분을 개혁할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모수개혁 아니겠느냐"라며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을 하겠다고 표방했지만, 실현할 의지와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패키지로 추진하는 연금개혁 협상이 난도가 높은 만큼 22대 국회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개혁에 비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간의 관계 설정이나 각종 특수직역연금 통합 문제를 다루는 구조개혁이 가입자들의 반발이 커 합의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22대 국회 상황과 주요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연금개혁 협상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우선 22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여야 간 대치 속에 제자리걸음이라 연금특위 설치 합의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고 특위 설치가 합의되더라도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하기 위해선 위원장 및 위원 선임 등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 지난 21대 국회의 경우 연금특위 구성 합의 3개월 만에 첫 회의가 열렸다.
22대 국회가 지방선거(2026년), 대선(2027년) 등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연금개혁은 연금 가입자들의 저항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에 주요 선거 일정을 앞두고 정치권은 연금개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도입된 이래 1998년,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개혁이 이뤄졌다. 소득대체율은 1차 개혁 때 70%에서 60%로 떨어졌고 2차 개혁 때는 오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로 낮추기로 했다. 보험료율은 지난 1998년 9%로 오른 뒤 26년째 동결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