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대 운용사 더캐피탈그룹, 지분 5% 확보
삼성전자 투자는 2017년 이후에 관측 안돼
증권가 “반도체 시장의 주도주가 바뀌는 듯”
미국 4대 운용사 중 하나인 더캐피탈그룹(The Capital Group Companies, Inc.)이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을 5%로 확대했다. 더캐피탈그룹이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분공시를 한 것은 약 1년여만이다.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를 두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업계의 선택이 기우는 모양새다.
28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더캐피탈컴퍼니의 SK하이닉스 지분은 5.0%를 기록했다. 더캐피탈그룹은 운용 중인 펀드 47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지분을 사 모았다.
더 캐피탈그룹은 미국의 4대 운용사로 순자산 규모가 2조5000달러(약 3390조원)에 달하는 곳이다.
더캐피탈그룹은 지난 2018년부터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2018년 9월 지분율 5.05%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뒤 꾸준한 투자를 이어갔다. 2019년 3월에는 지분율이 7.85%까지 오르며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 2023년 3월 지분율을 5% 이하로 줄이면서 잠시 거리를 두는 모양새였다. 이번 지분 공시는 지난해 3월 7일 이후 약 1년 2개월여만이다.
더캐피탈그룹이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를 다시 확대하고 나선 것은 최근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 1년간 100% 가까이 오르는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최근 반도체업계의 이슈인 HBM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글로벌 증시의 주도주인 엔비디아에 HBM을 가장 많이 납품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기업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1년간 주가가 250% 이상 급등했다.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하면서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함께 오르는 상황이다.
최근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을 세계 최초로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이슈에는 그동안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가 소외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는 중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일반 D램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향상한 제품이다. 삼성전자도 한때 HBM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높은 개발 비용과 불확실한 시장성을 이유로 사업을 접고 D램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예 지난 2019년에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만든 HBM 연구팀도 해체했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HBM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삼성전자가 뒤늦게 HBM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심지어 SK하이닉스의 HBM의 개발 파트너는 삼성전자의 최대 라이벌인 대만의 TSMC다. 엔비디아와 TSMC의 관계는 매우 두텁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라도 HBM을 엔비디아에 납품하려면 라이벌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는 게 시장의 설명이다.
한편 더캐피탈그룹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공시를 올린 바 있다. 지난 2017년 5월 지분율 5.17%로 투자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지분율을 4.65%로 줄인 뒤 현재까지 지분 공시가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도 삼성전자가 아니라 SK하이닉스에 집중하는 모양새"라며 “지난 수십년간 반도체 시장의 주도주로 활동한 삼성전자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