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불모지’ IT업계 설립 붐…추가 확대 가능성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28 15:26

엔씨·NHN 이어 넷마블 노조 출범…신생 노조 지속 등장

네이버·카카오 등 가입자 늘어…임단협 위해 상호 연대도

‘노조 기피’ 분위기 달라져…“고용 불안이 가장 큰 요인”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사진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웹젠지회가 지난 3월 경기 성남시 웹젠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화섬식품노조

이른바 '노조 청정 구역'으로 불리던 정보기술(IT) 업계에 노동조합 설립 붐이 일고 있다. 고용 불안정성 상승과 보상 체계·소통 방식 등에 대한 불만 여론이 노조 결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점으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산하 노동조합이 속속 설립되고 있다. 지난해 세워진 엔씨소프트(4월), NHN(12월)에 이어 최근 구글코리아, 넷마블 등의 기업에서 노조 깃발이 올랐다. 애플코리아 역시 노조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IT업계에 노조 깃발이 꽂히기 시작한 건 지난 2018년이다. 4월 네이버지회를 시작으로 그해 9월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지회, 10월 카카오지회가 설립됐다. 이후 2021년 3~4월 사이 한글과컴퓨터, 웹젠, 카카오뱅크지회가 세워진 뒤 한동안 흐름이 끊겼다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노조 설립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IT업계에서 노조 설립이 확대되는 이유로는 불안정한 고용 환경이 제기된다. IT업계는 그동안 다른 업계에 비해 노조 활성화가 활발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별 독립적 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고, 근무 체계가 상대적으로 유연한 업계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경기 부진 여파로 기업들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고용 불안에 대한 체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실적이 악화된 엔씨소프트의 경우 최근 비개발, 지원 부서 중심으로 권고사직에 착수한 상황이다.


플랫폼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보상체계 등에 대한 불만이 오랫동안 누적돼 왔고, 최근 고용 불안이 심화되면서 경영진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분위기"라며 “예전엔 노조 가입을 유난스럽게 여겼는데, 포괄임금제 폐지 등 변화가 나타나면서 가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세워진 노조들의 경우 가입자 규모를 키우고, 연대를 꾸리는 등 목소리를 높여 나가는 추세다.


네이버지회는 최근 '라인야후 사태' 국면에서 전체 법인 단위로 대응하고 있다. 지분 매각이 확실시될 경우 2500여명의 라인 구성원이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소속으로 분류되면서 고용 불안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라인야후 사태가 불거진 지난 13일~14일 사이에만 라인 계열사 직원 약 100여 명이 네이버지회에 새로 가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지회의 경우 카카오게임즈, 카카오VX가 분회 형태로 새롭게 합류하면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교섭창구 단일화를 시작으로 지회에 합류했으며 △고용안정 △유연근무제 도입 △포괄임금제 폐지 △평가기준공개 등 사항을 회사에 요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웹젠, 카카오, 한글과컴퓨터 등 7개 노조가 속한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지난해 말과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연대를 꾸린 바 있다. 지난달에는 웹젠 노조 조합원 규모 회복을 위해 출근시간대를 이용한 각 IT노조의 지회장 연대 발언을 소식지로 만들어 선전하는 등 연대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 결과 웹젠 노조는 최근 가입자 100명대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에 IT업계가 더 이상 '노조 불모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IT기업을 중심으로 노조가 잇따라 세워짐에 따라 '노조 설립 붐'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체로 조직 문화, 운영 방식 등 대기업 경영 체계를 중견 중소 스타트업 등이 벤치마킹하면서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추세를 감안한다면 향후 노조 설립이 IT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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