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타이틀 획득했지만 급조 공시 비판적 시선
ROE 목표 5개년 평균치보다 낮아 의미 퇴색
금융당국 강조한 임직원 성과보수 ROE 연계도 빠져
키움증권이 상장사 중 최초로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본 공시했지만, 급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3월 공시한 내용보다 미흡한 데다, 금융당국의 확정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이사회 보고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시 급했나…'책임경영·소통' 항목 빠졌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전날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따른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자율 공시했다. 주요 내용은 3년 중기 목표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키움증권이 이번에 제시한 ROE 달성 계획은 투자자들에겐 와닿지 않는 부분이다. 키움증권의 직전 5년 평균 ROE는 16.9%로 목표치보다 높다. 지난해 말 ROE 8.1%를 기록한 것은 '영풍제지 사태'로 대규모 미수금 손실(-4000억원)이 발생한 영향이었다.
특히 이번 공시에는 키움증권이 3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 중 '책임경영 및 투자자 소통 강화' 부분에 담겼던 임직원 성과보수체계 ROE 연계가 빠져 있다. 즉 ROE가 좋아져야 임원의 성과보수를 높게 받는다는 것인데, 언급조차 되지 않은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밸류업 확정 가이드에서 기업가치 목표 달성을 위해 임직원 등 주요 관계자의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전략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며, 보상체계 역시 중장기적 성과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졸속 공시 비판 불가피…3월에 정해진 게 끝
이번 공시는 이미 3월에 정해진 내용에서 구체화된 점도 없다. 앞서 키움증권은 3월13일 '중장기 기업가치제고 방안'을 공정공시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27일 확정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본 공시된 첫 사례지만, 졸속으로 내놓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실제 키움증권은 본 공시와 관련된 이사회 보고 등을 따로 거치지 않았다. 지난 3월에 이사회에 보고된 내용으로 발표한 것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3월 이사회에 보고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키움증권의 공시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른바 라덕연 사태로 '신뢰'가 추락한 키움증권이 '밸류업 1호 증권사' 타이틀을 위해 급하게 공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발표한 확정 가이드라인에서 기업가치제고 계획 수립 시 반드시 이사회의 결의나 보고 등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진 않았다. 기업 자체 판단에 맡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기업가치제고 계획에 포함되는 경영목표와 사업계획 등이 일반적으로 이사회 결의사항이라는 점과 기업가치제고 계획이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이사회의 참여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관련 이사회 개최 일자나 심의 내용 등을 기재한다면 '투자자 신뢰도 제고'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키움증권이 이번에 공시한 밸류업 계획 중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로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내용도 밸류업 측면에선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키움증권은 수년째 초대형 IB 계획을 내놨지만,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라덕연 사태에 연루돼 검찰 조사와 소송이 진행 중이라 실현하기 어려운 처지다.
실제로 라덕연 전 호안투자자문 대표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다. 라 전 대표는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로 김 전 회장 등을 지목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라 전 대표가 보유하고 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던 8개 종목이 김 전 회장의 대량 매도와 불법적인 반대매매로 인해 주가가 폭락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회장은 라 전 대표의 청구 원인은 입증할 증거나 방법이 없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맞서는 중이다.
증권가에서도 기존 공정공시와 큰 차이 없단 분석이 나왔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지난 3월 공정공시를 통해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공시했다"며 “이번 밸류업 계획 공시는 지난 공시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주가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