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현안 품고 문 여는 22대 국회…해결 과제 산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29 14:11

AI 기본법·산업기술보호법 등 줄줄이 폐기…단통법 폐지 논의도 미뤄져

여야 협치 관건인데 원구성 샅바싸움 치열…추진력 확보 가능성 미지수

22대 국회 개원 축하 현수막

▲22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개원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가 정쟁 속에 문을 닫으면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주요 현안들이 22대 국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법안 통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차기 국회도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기술 경쟁력이 뒤처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정치권과 산업계에 따르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막을 내린 가운데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계류된 654개 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중에는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AI 기본법)을 비롯해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망 무임승차 방지법)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업계 주요 진흥 법안도 다수 포함돼 있다. 임기 내내 여야의 극한 대치로 입법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과방위가 '식물 상임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됐다는 평가다.



ICT업계는 AI 기본법 제정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점에 가장 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 법안은 AI 산업 육성에 필요한 정부 전담 조직 신설과 연구개발(R&D) 지원, 기술 개발 우선 허용·사후 규제 등을 골자로 한다. AI 규제 뿐 아니라 관련 산업 기반 조성 계획도 담고 있는 만큼 법제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미국·유럽 등 해외 선두국가는 이미 AI 규제 법안을 시행, 규범 틀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여야 간 큰 이견차가 없었음에도 무의미한 정쟁만 반복하다가 폐기돼 아쉽다"며 “관련 법안이 마련돼야 상용화에 탄력을 얻을 수 있다. 더 미뤄질수록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술 개발이 늦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이차전지(배터리) 등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발의된 산업기술보호법 역시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기술 유출에 대한 벌금을 현행 15억원 이하에서 최대 65억원으로 올리고, 해외로 기술을 고의로 유출한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술 유출 경로가 다양해지고 수법 또한 고도화되면서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았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도 폐기된다. 해당 법안은 국내 전기통신망을 이용하는 구글 넷플릭스 등 콘텐츠 제공사업자(CP)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터넷 트래픽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만 망 구축 비용을 부담하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번 정부가 적극 추진해 온 단통법 폐지 논의 역시 다음 국회로 넘어갔다. 이 법안은 지난 2014년 제정됐지만, 입법 취지와는 달리 통신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이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입 부담만 높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단말기 가격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법안 폐지를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에 부딪치며 논의가 지지부진해졌다.


이외에도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제한을 완화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를 보호하는 취지의 디지털서비스안전법, 기업 R&D 지원 근거를 담은 기업연구개발법 등도 폐기된다.


22대 국회 당선자들은 AI 기본법·산업기술보호법 등 주요 법안에 대한 재발의 의지를 밝혔지만 업계 반응은 냉담하다. 관련 법안들이 빠르게 통과되기 위해선 여야의 협치가 관건인데, 주요 상임위 구성부터 치열한 샅바싸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차기 국회도 여야 간 분쟁으로 점철되면서 현안 해결은 요원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AI 윤리 원칙 수립 등에 나서고 있지만 법·제도적 기준이 있어야 보다 정교한 대응이 가능하다"며 “글로벌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여야 협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산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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