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전공의 사직으로 살펴본 개인 자유의 한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02 08:03
송영택

▲송영택 편집국장 겸 산업부장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련병원을 떠난지 100일이 지났다. 현재 전국 211개 모든 수련병원에서 근무중인 전공의는 973명으로 전체 1만3766명의 7.1%에 불과하다.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나자 대한민국 종합병원 의료체계 실태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났다. 그동안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와 장시간 근무에 내몰린 전공의에 의존해 병원을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의료계와 정책적 협의 없이 내년 의대정원을 올해보다 1497명 늘어난 4610명으로 확정하고 수도권(1326명)보다 비수도권(3284명)에 2.5배 많게 배정했다. 앞으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국면은 장기전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역의료 붕괴를 막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부문의 인력충원을 위해서 의대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해왔다. 그리고 내년 의대 입시 전형에 반영했다.


이 가운데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두고 전개되는 법적 논쟁을 살펴볼 이유가 충분해졌다. 이번 사태로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명령 사이에서 가치판단을 통한 보다 성숙한 자유시민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한민국 헌법 15조에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적시되어 있다. 이는 직업을 그만둘 자유도 포함돼 있다고 할수 있다. 전공의들의 사직서는 현재 피교육자 신분으로 다니던 수련병원을 그만 두겠다는 의사표시다. 집단 휴업이나 휴진, 파업과는 결이 다른 행위이다.


반면 의료법 제59조 2항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제59조 3항에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없이 제2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고 적시되어 있다.




정부는 의료법 59조에 근거해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을 내렸고, 수련병원에는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을 내렸다. 이를 두고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대상자가 아닌 '자유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은 초법적 행위라는 비판과 정부의 정당한 행정조치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현재 의료법상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과중한 형사처벌을 받을수 있고, 면허정지나 면허취소까지 가능하다.


이와 관련,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907명은 지난달 초 의료기관에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을 내린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 심판 및 행정소송,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또 전공의 1050명은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해서도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와함께 전공의 수련병원들도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지고 있다. 병원들은 보건복지부의 명령에 따라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 전공의들은 취업규칙상 무단결근으로 처리되고 있고, 향후 징계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병원들은 의료체계 정상화에 대비해 지금이라도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해서 재계약을 준비하고, 정부를 상대로 오히려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죄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의료인에 대한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을 거둬들이고 전문가라는 특수성을 인정, 지역의료 붕괴를 막고 필수의료 체계 강화에 필요한 의료개혁의 '최대 공약수'를 뽑아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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