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NDC에 갇힌 전기본, 실현가능성·전기요금·한전 적자는 고려 안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02 23:36

정동욱 총괄위원장 “재생에너지 연간 6.5GW보급, 어렵지만 탄소중립 위해 어쩔 수 없는 목표”

“한전 적자·전기요금 문제는 정부·정치권이 해결해야”

에너지업계 “실현가능성 현저히 낮아, 11차 전기본 수립 이후 담당 공무원도 다 바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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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이 2050 탄소중립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수치에 맞추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과도하게 높게 설정한 것은 물론 한국전력공사의 적자해소와 전기요금 대폭 인상 등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차 전기본은 2038년까지의 국가 발전설비계획을 담았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8년까지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원 비중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정동욱 11차 전기본 총괄위원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전기본 수립은 2050탄소중립기본법과 2030NDC목표 달성을 위한 무탄소 전원 확대 등 발전설비 수치에 집중한 계획"이라며 “전기요금이나 한전 적자는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까지 연간 4기가와트(GW)가 최고 수준이었던 재생에너지 보급을 매년 6.5GW이상 보급하는 계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어려운 여건이라고 해서 계획을 세우지 않을 수는 없다"며 “매우 도전적인 목표이지만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수치"라고 말했다.


2038년에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경직성 전원이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전력계통 운영에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는 “원전은 부하추종운전,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등 기술을 활용하면 된다"고 답했다.




다만 에너지업계에서는 전기본 발표 직후부터 탄소중립특별법 등 상위법에 맞춰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실현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전기요금 체계에서 비용부담이 큰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11차 이전 전기본 수립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2030 NDC와 2050탄소중립를 법제화 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이를 주도한 국가들도 행정부의 다짐 정도인데 우리만 앞서서 법제화를 해버렸다"며 “이 때문에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 국가 차원의 에너지계획이 다 영향을 받아 비현실적 계획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수입국은 우리나라는 에너지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수적이다. 이미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제주도 전력공급 과잉과 출력제어가 심화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에너지 믹스 상 다변화와 함께 석탄, 석유 자원과 CCUS 활용, 장기비축 가능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수소발전 비중은 지난 10차 계획보다 오히려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1년에 만든 2030NDC가 왜 중장기 계획인지 모르겠다. 송전망도 표준공기가 7∼8년, 발전소도 10년 가까이 걸린다. 현실성이 너무나도 중요한 계획인데 이를 주도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너무나 가볍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석탄을 더 조기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0년 된 발전소의 폐쇄도 세계적으로 볼 때는 '초초 조기폐쇄'다. 전력수급과 산업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에너지업계 전문가 역시 “영국도 탄소중립을 위한 섹터별 감축목표를 제시하지 않아 시민단체가 소송 걸었고 정부가 졌다. 다른 서방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백악관의 정책 문건에 포함됐을 뿐이다"라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장 먼저 수치화, 법제화를 해버렸다.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가 없다. 미국은 예산이 계산되지 않으면 함부로 법제화 하지 않는다. 우리는 목표부터 던지고 재원을 마련하려하니 점점 더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1차 전기본 수립 직후 담당 공무원들은 다 보직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아직 원구성도 되지 않았다"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비현실적 계획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동욱 위원장은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송전망이 확충되지 않으면 발전설비 건설과 운영은 불가능하다"며 “지난 21대 국회에서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이 통과돼야 했지만 불발됐다. 고준위방사성페기물 관리 특별법과 해상풍력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안들은 민생법안들로 22대 국회 초반에라도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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