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픈 손가락’ HIC·왕산레저개발에 계속 투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03 16:04

HIC 호텔 사업 지지부진…장부가액, 9507억→6839억 ‘급락’

왕산레저개발, 작년 영업손실 67억…전년 대비 적자 대폭 확대

“당사 자산인 만큼 적절한 원매자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중”

윌셔 그랜드 센터

▲대한항공 100%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HIC)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운영 중인 윌셔 그랜드 센터. 사진=윌셔 그랜드 센터 제공

대한항공이 미국 호텔을 운영하는 한진인터내셔널(HIC)과 인천 요트 계류장 사업을 영위하는 왕산레저개발에 끊임없는 자금 투입을 이어가고 있다. 경영 상태가 날로 나빠지고 있지만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자금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의 호텔·오피스 복합 건축물인 '윌셔 그랜드 센터'를 운영하는 부동산 회사 한진인터내셔널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조양호 선대 한진그룹 회장의 '마스터 피스'인 윌셔 그랜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윌셔 그랜드 센터는 높이 335m, 총 73층으로 객실 889개를 갖춘 인터컨티넨탈 호텔과 사무·상업·컨벤션 공간 7개층으로 이뤄져있다.



한진인터내셔널의 장부가액(자산)은 2004년도 대한항공 사업 보고서에 처음으로 등장했고, 168억31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장부가액은 2012년 795억9500만원, 2015년 3304억6600만원, 2019년 7561억4700만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자 2020년 말 218억7800만원으로 급락했고, 급기야 2021년 3월에는 대한항공이 BDO USA와 LLP 2개 미국 현지 회계 법인들의 자문을 받고 전액 손상차손 처리해 재무상 기업 가치가 '0'으로 나타났다.


이후 대한항공은 윌밍턴 트러스트·내셔널 어소시에이션과 2022년 9월 23일부터 2025년 9월 23일까지 한진인터내셔널에 대해 4억달러 상당의 지급 보증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2월 20일에는 한진인터내셔널에 9343억44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3월 2일에는 7996억9904만원을 전액 상환해 대여금 총 잔액이 한 푼도 없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이는 만기일이 도래해서 갚은 것일 뿐, 대한항공은 사실상 1346억4496억원을 추가로 빌려준 셈이다. 이처럼 대한항공이 전폭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한진인터내셔널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1분기 말 0원에서 9507억6000만원으로 수직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역시 반짝 효과에 그쳤다. 장부가액이 지난해 3분기를 넘어 4분기말에 이르자 6839억6900만원으로 28.06%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윌셔 그랜드 센터 호텔 사업이 지지부진한 데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호텔 분석 회사 STR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5월 샌프란시스코 지역 객실당 수익(RevPAR)은 2019년 같은 달에 비해 30% 줄었다. 같은 캘리포니아 지역인 만큼 한진인터내셔널의 호텔 사업 역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호텔 산업의 내년 성장률도 의미 없는 수준일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하고,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왕산마리나

▲대한항공 자회사 왕산레저개발의 요트 계류장 사업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의 또 다른 100% 자회사 왕산레저개발도 경영 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요트 계류장 '왕산마리나' 운영을 담당하는 이곳의 작년 영업손실은 64억7300여만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247.77% 확대됐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0년 2월 이사회를 열고 왕산레저개발 지분 전량 매각을 의결했다. 이후 그해 11월 말 칸서스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1300억원에 매각하고자 했으나 불발돼 4년 째 현상 유지만 하고 있다. 오히려 올해 1월 7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한진인터내셔널과 왕산레저개발의 순손실은 지난해 각각 1042억1900만원, 71억8100만원으로 총 1114억원이다.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어 대한항공의 재무 역량을 갉아먹고 있는 만큼 매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는 원매자가 나타날 때까지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칫 저가 매각은 배임으로도 이어질 소지가 있어 당분간 출혈은 부득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적자 자회사와 원매자들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도 맞지만 엄연히 당사 자산인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며 “헐값에 팔 수는 없으니 당사 자금 여력이 충분해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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