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재산분할 판결에 재계 전반 파장 예상…자산가들 ‘긴장’
권 CVO 부부, 재산분할 감정 단계…쟁점은 배우자 경영 기여도
결과 따라 그룹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경영권 방어 가능성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결과 1조원이 넘는 재산분할 경정이 내려지면서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국내 게임사 스마일게이트 창업주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에게 관심이 모인다. 최 회장 부부의 이번 판결 결과가 권 CVO의 이혼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현재까지 알려진 재산분할 규모 중 역대 최대다. 이전 최고액은 지난 2004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이혼하면서 재산분할로 제공한 회사 주식 1.76%(35만6461주)로, 당시 시가 약 300억원대였다.
이번 판결의 변수는 최 회장의 SK㈜ 지분에 대한 재산분할 대상 포함 여부였다. 1심은 이를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판단하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2심에서 노 관장의 정치적 영향력과 내조 가사노동이 자산 형성 및 가치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심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재산분할 비중을 합계 4조원 중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따라서 향후 대법원 판결에서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에 게임업계 부호로 꼽히는 권 CVO의 이혼 소송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그는 현재 배우자 이모씨와의 이혼 소송을 위한 재산분할 감정 중이다. 이는 전문 감정인이 이혼 당사자가 보유한 현금,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규모를 확인하는 절차다.
감정 결과에 따라 배우자에게 분할될 재산 규모 향방과 회사 지배구조 등이 결정되는 만큼 법조계와 게임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권 CVO의 재산규모를 감안했을 때 그의 이혼 소송이 최대 분할 사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가 발표한 '2024 대한민국 50대 부자'에 따르면 그의 재산규모는 35억달러(약 4조8450억원)로 국내 9위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스마일게이트의 기업가치를 약 10조원 안팎으로 평가한다. 스마일게이트가 비상장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사인 SK㈜보다 지분가치가 더 높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핵심은 권 CVO가 보유 중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의 재산분할 대상 포함 여부다. 배우자 이씨는 지난해 11월 권 CVO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그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의 절반을 요구했다. 이씨는 이혼 소송 제기 전 권 CVO를 상대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제기해 인용 결정을 받았다. 법원 결정에 따라 권 CVO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 스마트게이트홀딩스 주식 3분의 1을 처분할 수 없게 됐다.
지주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와 자산운용사 스마일게이트자산운용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권 CVO는 양사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은 스마일게이트홀딩스를 중심으로 8개 자회사로 구성돼 있다. 만일 이씨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을 소유할 경우 2대 주주로 오르는 구조다.
이번 최 회장 부부의 2심 판결 결과를 고려하면 배우자 이씨의 실제적인 경영 기여도가 변수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스마일게이트 관련 재산이 두 사람의 결혼 이후 형성된 데다 이씨가 창업 초기 등기이사로 등록된 바 있기 때문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경우, 이씨가 전업주부인 노 관장보다 더 높은 금액의 재산분할가액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권 CVO의 유책 여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씨의 분할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이혼유책사유가 입증돼야 한다. 두 사람의 이혼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권 CVO 측은 “가정을 지키고 싶다"며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이혼 소송의 경우 대체로 오너 측이 승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 회장 부부 판결 결과가 이례적으로 나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소송들의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라며 “소송 결과에 따라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권 CVO 쪽에서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은 있지만, 당사자가 소송 진행을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아직은 지켜볼 일"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