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이어 이번엔 ‘석유·가스株’…묻지마 테마 주의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09 13:00

동해안 석유·가스 개발 테마주 일제히 하락

한국가스공사·대성에너지 10% 넘게 뚝

주가 과열 및 매장 불확실성에 투심 약화

액트지오 전문성 의혹도…옥석가리기 필요

'동해 심해 가스전 평가' 액트지오 대표 브리핑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대표가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안 가스 개발 기대감에 급등했던 석유·가스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시추 진행 전까지는 매장량을 알 수 없고 탐사 비용,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에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테마주 급등락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장 가능성 기대·불안 공존…관련주 급등락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한국가스공사, 대성에너지, 한국석유 등은 10% 넘게 급락했다.


한국가스공사 주가 추이

▲한국가스공사 최근 일주일 주가 추이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7일 전 거래일 대비 12.59% 하락한 3만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만3700원에 개장했으나 주가는 빠르게 떨어지면서 12%대 하락 폭을 보였다.



지난 3일 정부 발표 이후 상한가를 기록하며 단숨에 3만8700원으로 오른 이후 다음날인 4일 장중 4만9350원까지 올라 연중 최고가를 갈아치운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지난 5일에도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9월 이후 2년여 만에 4만원을 돌파했지만 이후 하락하며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동양철관도 지난 7일 전 거래일보다 7.6% 하락한 1411원에 장을 마감했다. 동양철관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696원이던 주가는 1527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 7일 하락 전환했다.




대성에너지 주가 추이

▲대성에너지 최근 일주일 주가 추이

지난 3일 상한가를 기록한 대성에너지도 전 거래일 대비 13.22% 하락했으며 하이스틸(-11.15%), 흥구석유(-7.60%), 중앙에너비스(-5.47%) 등도 마이너스로 마감했다.


美 액트지오 전문성 의혹 제기…투심 흔들

석유·가스 관련주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 영일만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직후 급등세를 연출했다. 석유나 가스, 철강과 관련된 종목들의 거래량이 연일 폭증했고 일부 종목들은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아브레우 대표 '동해 심해 가스전 평가' 브리핑

▲액트지오 설립자이자 소유자인 아브레우 고문은 지난 7일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가 분석한 모든 유정이 석유와 가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모든 제반 요소를 갖췄다"며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들 종목이 며칠 만에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그린 데는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매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불안감으로 전환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액트지오는 앞서 동해 심해 광구 평가·분석을 통해 동해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 가능성을 내놓았다.


액트지오 설립자이자 소유자인 아브레우 고문은 지난 7일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가 분석한 모든 유정이 석유와 가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모든 제반 요소를 갖췄다"며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액트지오의 직원 수가 15명 안팎인 데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본사의 주소가 아브레우 고문의 자택 주소와 일치한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신뢰성과 전문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아브레우 고문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회사 주소지가 저의 자택이 맞다"면서도 “저희 팀은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서 업무를 보고 있고, 직원 수는 소수이지만 전 세계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누구라도 한 명은 업무를 항상 보고 있고 업무 효율성이 더 높다"고 해명했다.


석유·가스 무관 종목도 급등…“묻지마 투자 주의"

증권가에서는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의 진행 단계에 따라 관련 종목의 주가 모멘텀은 확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테마성으로 묶인 종목들 중에는 석유나 가스 채굴과는 연관이 없는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석유는 석유 테마주로 묶이면서 지난 3일과 4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1만3810원이던 주가는 두 차례 상한가를 기록하며 2만33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 7일 14.72% 하락 마감했다.


하지만 한국석유는 아스팔트 등 석유공업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석유·가스 채굴과 사실상 관련이 없다.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는 비상장사인 한국석유공사가 추진하는데 한국석유와는 서로 다른 기업이다.


한국ANKOR유전 역시 기업명에 '유전'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관련주로 묶이면서 지난 3일과 4일 2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하지만 해당 종목은 만기일까지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펀드로 이번 동해 가스전과는 전혀 무관한 종목이다.


이처럼 테마주를 향한 '묻지마 투자'는 앞서 지난해와 연초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초전도체 테마주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초전도체 테마주는 초전도체 관련 내용이 발표될 때마다 초전도체와 무관한 종목들로도 덩달아 투기성 매매가 나타나면서 관련 종목들이 급등락세를 그렸다.


증권가에서는 테마성 종목의 강한 주가 상승은 주가의 속성이라고 보면서도 과도한 주가 급등 현상에 대해서는 주가 움직임이 안정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시추 일정과 생산 일정의 장기성 등을 비롯해 관련주들의 수혜 연관성 등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감안하면 주가 급등 수준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향후 관련 이슈의 확산·변이·발전 등에 따라 테마주 속성이 반복적으로 작용하며 주가 변동성이 남발되지 않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은 지질학적으로 타당하지만 석유 부존 여부 확인 및 채굴 경제성 평가 등 넘어야 할 단계가 남아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단발적 이슈로 끝나기보다 단기적으로 뉴스 플로우가 이어져 모멘텀이 확장될 수 있으므로 옥석가리기 통한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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