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브리핑] 일본의 골칫거리 '애저씨'…한국도 노부모 등골 빼는 중년 '캥거루족' 증가
일본 가나가와현(県)에 사는 마흔 다섯 살 다케우치 씨는 매달 3만 엔, 우리 돈으로 약 26만 원 상당의 용돈을 부모님께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다케우치 씨처럼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중년을 일컬어 '코도오지(こどおじ)'라고 부르는데 '아이 방의 아저씨(아줌마)'란 뜻으로 한국어로 의역하면 '애'와 '아저씨'를 합성한 '애저씨'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일본의 '애저씨' 현상은 비단 일본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다. 최근 한국도 부모에게 얹혀살거나,따로 살더라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족' 현상이 30대 초중반 연령대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영상 스크립트 전문]
일본의 뉴스채널 아베마 프라임을 통해 소개된 일본 가나가와현(県)에 사는 마흔 다섯 살 다케우치 씨는 그가 좋아하는 만화와 CD, 프라모델 등으로 가득한 방에서 살고 있는데요. 그는 매달 3만 엔, 우리 돈으로 약 26만 원 상당의 용돈을 부모님께 받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다케우치 씨처럼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중년을 일컬어 '코도오지(こどおじ)'라고 부르는데요. '아이 방의 아저씨(아줌마)'란 뜻으로. 한국어로 의역하면 '애'와 '아저씨'를 합성한 '애저씨'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다케우치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컴퓨터 부품 판매사에 취직했지만 1년 만에 퇴사한 뒤 지금은 집에서 게임 제작 프리랜서로 버는 월 2만 엔, 우리 돈으로 약 18만 원이 수입의 전부인데요. 이 때문에 일흔이 넘은 아버지가 주는 용돈을 받으며 대부분의 생활비 역시 아버지에게 기대고 있습니다.
그는 “아버지도 어느 정도 나이를 드셨고, 계속 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나중에 자신이 혼자 (일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부족할 것이라는 느낌은 있다"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는데요.
일본의 변호사닷컴 보도에 따르면 애저씨 현상의 경우 젊은 무직자인 '니트족'과 비슷한 의미가 느껴지지만, 애저씨 중에는 직장과 높은 수입에도 자유롭고 편하게 사는 삶의 방식을 위해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않거나, 20~30대 직장에서 번 수입을 부모님의 생활비로 보태다가 40대가 되어 일자리가 줄고 임금이 낮아지자 모아둔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의 '애저씨' 현상은 비단 일본만이 겪는 문제는 아닌데요. 최근 한국도 부모에게 얹혀살거나, 따로 살더라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족' 현상이 30대 초중반 연령대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끕니다.
지난 5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24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30~34세 연령의 경우 캥거루족 비중이 2012년 45.9%에서 2020년 53.1%까지 7.2%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는데요.
황 부연구위원은 “최근의 캥거루족 증가 현상은 30대 초중반 연령대에서 주도하고 있으므로 향후 30대에서의 캥거루족 증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캥거루족 청년층의 증가 현상은 만혼이나 비혼주의 현상과 맞물려 작용하게 되고, 결국 이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기반이 약화돼 빈곤 상태로 전환되거나 청년 니트(NEET)로 이행하게 되는 등 취약한 사회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요.
특히 “부모 세대에게는 노후보장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부모 세대의 경우 노동시장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중요한 시점에서 자신들의 노후설계와 준비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고, 자식의 경제적 기반을 위해 시간적 비용적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캥거루족은 취업자보다 미취업자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미취업자 캥거루족의 경우 2012년 47.4%에서 2020년 66.0%까지 증가했지만, 취업자 캥거루족은 소폭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일본의 '애저씨' 현상과 한국의 '캥거루족' 모두 배경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큰데요.
황 부연구위원은 “캥거루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일자리 문제를 떼놓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에서 자신의 소득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