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반도체 수율 끌어올릴 수 있을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11 15:02

SK하이닉스 “HBM 양품 비율 80%”…파운드리 사업부, 절반 수준

“파운드리 일부 라인, 돌아가면서 정지”…비용 절감 우선주의 탓

시설 투자 우선 ‘셀 퍼스트 전략’, 과거 성공 방식 답습…개선 필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로고 박스. 사진=박규빈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로고 박스. 사진=박규빈 기자

최근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율을 공개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령탑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했다. 생산 라인이 멈추고 일부 공정 수율이 심각한 수준인 상황에서 전 부회장이 타개에 성공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자사 5세대 HBM(HBM3E) 수율이 8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수율은 생산 제품량 대비 정상 제품의 비율을 의미한다. 권 부사장 말대로라면 HBM 생산 물량 100개 중 80개는 양품이라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수율은 영업 기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권 부사장이 언론 매체와의 자리에서 이 같이 언급한 것은 자신감의 발로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SK하이닉스는 HBM3E 양산에 성공해 올해 3월부터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제고한 HBM은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수 요소로 꼽히지만 고도의 기술력을 요해 수율이 통상 65%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삼성전자 HBM의 경우 외부에 공표된 적은 없지만 증권가 등 외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HBM의 근간인 더블 데이트 레이트 5(DDR5) 등 최첨단 D램 경쟁에서는 SK하이닉스에 밀렸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지금껏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던 삼성전자가 고전하는 이유로는 기존까지 내걸었던 '1등주의' 슬로건이 꼽힌다는 지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7년 고객사의 요구대로 반도체 칩을 제작하는 파운드리를 팹리스를 담당하는 사업부로 분리하고 2019년 본격 사업화에 나섰다. 2030년 관련 업계 1위로 우뚝 서겠다며 대만의 TSMC 타도를 목표로 잡았다.




이에 따라 10나노미터(nm) 미만 최첨단 공정을 경쟁 분야로 꼽은 삼성전자는 2018년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활용한 7nm 공정을 개시했다. 2022년 6월에는 세계 최초로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nm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도 시작해 TSMC와 어깨를 견준다고 소개했다.


기존 시스템 반도체의 평면 설계(왼쪽)과 삼성 3차원 적층 기술 'X-큐브'를 적용한 시스템 반도체의 설계. 사진=삼성전자 제공

▲기존 시스템 반도체의 평면 설계(왼쪽)과 삼성 3차원 적층 기술 'X-큐브'를 적용한 시스템 반도체의 설계. 사진=삼성전자 제공

하지만 '1등'과 '세계 최초'라는 점에 집착한 나머지 내실을 기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근한 예로 삼성전자라는 한 지붕 아래 다른 가족인 모바일 익스피리언스(MX) 사업부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시스템 LSI 사업부가 만드는 모바일 AP '엑시노스' 전면 채택을 꺼리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실례로 MX 사업부는 플래그십 제품인 S23 시리즈에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채용했다. 전력 대비 성능 차이가 두드러져 애플 아이폰과의 시장 대결에서 밀릴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전작들 중에선 지역에 따라 같은 모델에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를 넣어 성능 비교를 해보니 전자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결과를 보인 사례도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도 스냅드래곤이 들어간 제품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는 만큼 엑시노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한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평택 캠퍼스 일부 라인의 90% 가까이가 돌아가며 정지되는 등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전언이다. 해당 공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채로 경영진이 생산 라인과 설비 투자에만 신경 써 막심한 손해를 입었고, 원가 절감 등 비용 관리 중심으로 수습을 강요해왔다는 것이다.


또 수율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것은 매사 지표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영진의 입맛에 맞춰서라는 것이라는 폭로도 나왔다. 경계현 사장이 미래사업기획단장직으로 좌천되고 전영현 부회장이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장으로 올라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 역시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영역이지만 점점 '수주형'이나 '고객 맞춤형'으로 시장이 바뀌어 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입각한 TSMC는 주문을 받고 제조 시설을 짓는 반면, 삼성전자는 반대로 지난해 53조1000억원 이상의 설비 투자를 단행해 '셀 퍼스트' 전략을 추진하는 양상을 보인다. 고객사의 주문이 예상대로 들어오면 소화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셈이다.


때문에 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혹평을 내놓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사와 차별화된 공정을 기반으로 다양한 고객 니즈에 대응해 수요 안정성과 수익성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지속적인 고객 협력과 △개발 △수주 △생산 △공급 등 전방위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사업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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