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720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 ‘학장 의지’
500억원 이큐셀 지분인수, 운영 및 차입금 상환 목적
300억 유증·CB 이어 이번엔 일반공모로 주주 불만
‘효자’ 휴림에이텍 이어 다시 M&A 성공사례 노리나
올해 투자주의 종목에서 간신히 탈출한 휴림로봇이 다시금 확장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차전지 장비업체 이큐셀 인수합병(M&A)을 위해 최근 72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해서다. 그러나 구주주들에 인식이 좋지 않은 일반공모 방식, 올해 총 3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증 및 전환사채(CB) 발행 결정 후 재차 유증을 한다는 점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전날 장 마감 직후 휴림로봇은 약 720억원 규모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발행 예정인 3500만주는 현 발행주식 총수(7079만4294주) 대비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이번 자금조달의 주목적은 M&A다. 이미 휴림로봇은 오래 전부터 계열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화그룹 산하 이큐셀 인수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8일 이큐셀 지분 51.14%를 사들이겠다는 양수 결정을 공시하며 본격적인 인수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증권신고서를 보면 이번 유상증자로 모집하는 자금 중 500억원을 이큐셀 지분인수 자금목적으로 설정했다. 나머지는 운영자금 및 차입금 상환자금에 할당한다.
다만 이를 두고 기존 주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휴림로봇은 전일 대비 14.68% 하락한 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가까스로 투자주의 환기종목에서 벗어난 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타던 상황에서 또 한 번 급락장을 맞은 것이다. 회사의 사업확장을 위한 유상증자지만, 주주들은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앞다퉈 매도에 나선 것이다.
휴림로봇은 이미 이큐셀 인수를 명분으로 한 자금조달을 여러 번 실시해 왔다. 올해 1월 19일에는 최대주주 휴림홀딩스로부터 100억원 유상증자를, 같은 날 재차 200억원 규모 CB 발행을 결정했다. 당시에는 이큐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에 오히려 주가가 10%대 급등했으나, 이번에는 정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유증이 일반공모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주들의 반발이 심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신주 배정 대상자를 공개 모집하는 형태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신주인수권 등 우대사항도 없는 데다 오히려 현 주가보다 할인된 주식이 상장되기에 보통 악재로 인식된다.
게다가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자금이 필요한 상장사가 투자처를 구하지 못하고 기존 주주들에게마저 신뢰를 잃은 기업이 진행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 공개모집도 100%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인수자로 참여한 증권사에서 실권주를 인수하게 되는데, 이마저도 증권사가 응하지 않는다면 미발행 처리돼 목표 금액을 모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휴림로봇 측은 공시를 통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으나 제3자 배정, 주주우선공모 등 방식은 소요 기간이 3개월 이상으로 예상돼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자금조달이 가능한 일반공모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휴림로봇 측이 반발을 무릅쓰고 과감한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이큐셀 인수를 완료, 적자 극복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과거 인수한 자회사가 현재까지도 휴림로봇 연결 실적에 큰 보탬이 되고 있어서다.
휴림로봇은 지난 2022년 자동차 내·외장재 전문 기업 디아크(현 휴림에이텍)의 최대주주에 오른 바 있다. 이 휴림에이텍은 인수 후 현재까지 8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 중이다.
이에 반해 휴림로봇은 지난 2021년 연간 순이익 적자전환 후 2022년까지 순손실이 지속됐지만, 휴림에이텍 실적에 힘입어 작년 7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출도 273억원, 555억원, 827억원으로 확대됐다. 영업손실은 지속 중이지만, 2022년(-75억원)에 비해 2023년(-19억원)은 적자 폭이 축소됐다.
단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서라도 휴림로봇 주주에 대한 좀 더 면밀한 설득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진 후 휴림로봇 주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주가를 높여야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나", “이런 유증은 살다살다 처음" 등 차가운 반응을 쏟아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