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공장이 세계 곳곳에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공급이 수요를 큰 폭으로 웃돌 가능성이 제기됐다.
14일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가 발표한 2024년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글로벌 배터리 업계가 제조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가 수요를 5배 넘게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배터리 생산능력이 수요를 2배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공급과잉이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BNEF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글로벌 수요가 950기가와트시(GWh)로 추산된 반면 배터리 생산능력은 2600GWh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 기조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와중에 발전사들이 ESS 등에 주목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발표한 공장 계획을 봤을 때 그 규모가 막대해 2030년까지 생산능력이 수요를 꾸준히 웃돌 것이란 게 BNEF의 설명이다.
특히 중국에서 과잉공급이 가장 심화되는 곳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수요를 매년 400%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내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있다. 대표 사례 중 하나는 SK온과 미국 포드자동차의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가 지난해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92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정책지원자금을 잠정 확보했다.
유럽에서도 배터리 생산능력이 넘쳐나고 있지만 각국 정부는 이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 유럽 최대 배터리기업 노스볼트가 지난 3월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하이데에서 공장 신축공사에 들어갔지만 독일정부는 두 번째 배터리 공장 유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로버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이달초 바트자로우에 열린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노스볼트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 두 번째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시사한 바 있다.
이처럼 생산 확대로 배터리 공급이 과잉될 경우 배터리는 물론 전기차 가격 역시 한층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BNEF에 따르면 지난해 배터리팩 평균 가격이 1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 CATL은 올해 배터리셀을 키로와트시(kWh)당 60달러 미만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희소식이겠지만 배터리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업체들에겐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배터리 시장이 예견된 수준만큼 과잉공급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BNEF의 야요이 세키네 에너지 저장 리서치 총괄은 과잉된 생산능력,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을 감안해 계획된 공장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보고서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중국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료인 니켈, 망간, 코발트 등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BNEF는 내년 니켈 사용량 전망치를 25%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올해부터 2026년까지 전기차 판매량 전망치가 작년 보고서 대비 하향 조정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025년, 2026년 세계에서 전기차가 각각 1110만대, 1400만대, 1770만대 판매될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작년 보고서대비 각각 170만대, 260만대, 230만대 하락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