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7전 8기’ 제4이통 출범 좌초 위기…졸속 행정 비판 불가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14 17:53

과기정통부,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취소 청문 절차 개시
스테이지엑스 “문제 없다” 정면 반박…법·행정 대응 시사
주파수 입찰 과정서 재정 능력·기술력 검증 부족 지적 높아

스테이지엑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베서더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정부의 숙원인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다시 한 번 좌초 위기를 맞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자본금 납입 미이행 등을 이유로 제4이통 선정을 취소하는 작업에 들어가면서다.




스테이지엑스가 이에 대한 법·행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제4이통 선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이를 무리하게 추진한 과기정통부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14일 스테이지엑스의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선정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선정 초기부터 제기된 자본금 미달과 달라진 주주 구성 등이 문제가 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월 5세대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5G 28㎓) 주파수 경매를 통해 4301억원의 최고입찰액을 제시한 스테이지엑스를 제4이통 사업자로 선정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7일 주파수 1차 낙찰 대가 430억원과 법인설립등기·할당조건 이행각서 등 필요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달 14일 관련 서류 검토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 인가에 제동이 걸렸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 신청서에 명시한 자본금 2050억원에 미치지 못한 500억원만 납입한 것을 확인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스테이지엑스는 올 3분기까지 납입하겠다고 답변했으나, 과기정통부는 사업자 적격 여부를 검증하는 단계에서 자금 조달이 완료돼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주 구성도 문제가 됐다. 구성 주주 및 주주별 주식 소유 비율이 주파수 할당 신청서 내용과 크게 달랐다는 것이다.


컨소시엄에는 스테이지엑스의 자회사 스테이지파이브를 비롯해 △야놀자 △더존비즈온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카이스트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폭스콘인터내셔널홀딩스 △신한투자증권 등이 참여했다.


그런데 신청 당시 적어낸 지분 5% 이상 주요 주주 6개사 중 자본금 납입이 이뤄진 곳은 스테이지파이브뿐이다. 야놀자와 더존비즈온도 투자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주주로 인정되지 않았다.


강도현 과기부 2차관은 “현 단계에서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할당신청서상의 자본금 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장비제조사 등 협력사, 투자사, 이용자 등 향후 예상될 수 있는 우려사항도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스테이지엑스는 현재까지 진행해 온 법인 선정 및 인가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청문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필요한 법·행정적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며 “사실관계를 면밀히 분석해 향후 대응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계 법령 및 계획서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주파수를 할당하면 주주들로부터 출자금을 완납받고 계획서상 남은 절차를 이행하면 된다는 게 스테이지엑스 측 설명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7일이 자본금 2050억원 납입 완료 필수 요건이라고 했지만,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계획서에는 스테이지엑스의 각 구성 주주들이 주파수 할당 후 자본금을 출자한다는 내용이 명확히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신청서상 자본금'을 두고는 “계획서에서 기술한 최종 자본금을 적시한 것"이라며 “계획서는 무시하고 신청서만을 언급하며 문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정당한 절차에 따라 경매 낙찰을 통해 할당대상 법인의 자격을 획득한 사업자에게 사후적으로 자본금 요건을 문제 삼아 할당대상 법인 선정 취소 사유가 된다고 하는 것은 과거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제 시절의 절차와 관행을 따른 것"이라며 “등록제로 변경된 현 시점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주주 구성과 주식 소유 비율에 대한 입장도 엇갈렸다. 스테이지엑스는 계획서를 제출할 때부터 자본금 규모와 조달 계획을 변경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과기정통부에 수차례 전달했다.


5% 이상 주요주주에 변동사항이 발생할 경우 이를 과기정통부에 즉시 알리고 인가를 받겠다고도 했다. 자본금 납입계획 역시 이를 재확인하는 확인서, 확약서 등을 과기정통부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7일 기준 구성주주와 주식 소유 비율은 계획서상 전체 2050억원 자본금을 순차적으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당연한 현상"이라며 “이를 문제 삼는 건 과기정통부가 보완 요구까지 해 검증한 계획서의 내용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과기정통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파수 입찰 당시 기업들의 재정 능력에 대한 사전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내 제4이통 추진을 위해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당초 정부는 통신시장 과점 구도를 깨기 위해 제4이통을 메기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며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기간통신사업자 선정 방식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는 등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에 따라 주파수 경매에서 최고가에 낙찰한 기업이 바로 할당대상법인으로 선정되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제4이통 선정 과정에서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실질적인 재무건전성 및 기술력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다는 지적이 적잖다. 3.5㎓보다 최소 5배 이상의 투자비가 소요되는 28㎓ 대역의 특성상 재정 능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총 7차례 제4이통 인가가 불허된 주된 사유가 재정 능력 부족이었음을 감안하면 주파수 할당신청 고시 제3조 단서인 '면제조항'을 개정해 입찰 참여 기업들의 재정 능력을 심사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는 관련 고시를 개정하거나 전기통신사업법 및 전파법 개정을 통해 재정 능력을 제대로 갖춘 사업자를 선정하고, 이들이 통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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