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최초의 근대식 병원 '제중원' 원형 재현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125년 전 동산의료원의 전신인 '제중원'을 준공하고, 14일 제중원 마당에서 '초기 제중원(濟衆院) 원형 재현 봉헌식'을 개최했다.
제중원 원형 재현 사업은 동산의료원 개원 125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1899년도 제중원의 모습을 재현함으로써 의료원의 설립정신을 계승하고, 대구 근대 의료의 역사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3년간 추진되었다.
2021년 역사공간 건립추진 T.F.팀 발족을 시작으로, 2022년 9월 제중원 원형 재현 사업을 위한 종합 계획 수립과 초기 제중원 재현 추진단이 신설됐다.
몇 차례의 문화재 현상 변경 심의를 거쳐 2024년 2월 공사 첫 삽을 뜬 후 5월 20일 준공되었으며, 6월 10일 마침내 제중원 건축물에 대한 사용 승인이 이뤄졌다.
이 날 봉헌식에는 김남석 학교법인 계명대학교 이사장, 신일희 계명대학교 총장, 조치흠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장 등 내빈과 이만규 대구광역시의회 의장, 정장수 대구광역시 경제부시장, 류규하 대구광역시 중구청장, 강병일 대구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등 많은 외빈이 자리해 제막식을 진행하는 등 제중원 원형 재현을 축하했다.
조치흠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장은 봉헌사에서 “제중원은 단순한 병원 이름이 아니라 부르심에 순종한 믿음의 결실이며 수많은 영혼을 구제한 기적의 공간이다. 제중원의 의료 선교사들은 가장 낮은 곳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선교사들의 개척정신과 희생이 담겨있는 제중원의 설립정신을 영구히 계승해나가 더욱 위대한 미래를 준비하고 더 높이 도약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신일희 계명대학교 총장은 “나라의 위기 때마다 동산의료원이 몸소 나섰던 그 정신은 헌신과 봉사, 나눔이었으며, 그 모든 기독교 정신의 초석이 제중원의 정신이다. 제중원은 지금도 계명을 이끄는 면면한 힘이고 정신이며 우리의 길이고 소명이다. 수많은 선각자들이 뿌린 땀과 눈물, 기도의 숨결을 함께 느끼며, 다음 세대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축복의 통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만규 대구광역시의회 의장은 축사에서 “정신과 가치를 보존하는 제중원 원형 재현을 위해 노력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제중원의 개척정신과 헌신의 자세를 바탕으로 대구 의료계 모두가 기술력, 열정을 더욱 펼쳐가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정장수 대구광역시 경제부시장은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코로나19의 공포 속에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것은 제중원의 정신, 전통, 가치 등을 잘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의료계가 이번 제중원 원형 재현처럼 그 정신과 가치를 다시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재현한 제중원은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내 청라언덕 주변에 위치하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의료선교박물관,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등과 함께 대구의 새로운 역사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제중원은 '고통 받는 민중을 구제하고 치료하는 집'이란 의미로, 영남지역 최초의 서양 근대식 병원이다. 1899년 존슨 의료선교사(Woodbrige O. Johnson, 1869-1951)가 머슴이 쓰던 작은 초가집을 개조해 '미국 약방'이란 이름으로 약을 나눠 주었고, 본격적으로 진료활동을 시작하며 '제중원'이라는 족자를 내걸고 의료선교활동을 펼쳤다.
제중원은 대구 근대 의료 역사의 시작이자 사회, 경제, 문화, 교육 등 다방면에서 근대화의 물결을 일으켰다.
조선 후기 한의학으로 명성이 났던 대구였지만 외과적 수술이나 감염병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그 당시, 제중원이 문을 열면서 개원 후 이듬해 여름까지 반여 년 동안에 1,70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그 중 800명은 새로운 환자였고 50차례의 수술과 80차례의 왕진도 있었다.
그 다음해 곧 1901년과 1902년 사이에 진료 환자 수는 2,000명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제중원에서 완치 받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제중원 둘레에 철사로 울타리를 치기도 했다.
제중원은 1899년부터 1910년 사이 제왕절개 수술에 성공하고 나병 치료를 시작하는 등 놀라운 근대 의술을 시행했다.
또한, 제중원에 근무하던 청년에게 의학 교육을 시작했으며, 대구 최초의 사과나무를 심어 대구가 사과 경제로 발돋움하는 등 치유와 복음 전파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경제적인 삶에도 기여했다.
제중원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천연두 예방접종과 말라리아 치료제의 대량 보급에 앞장선 것이다.
존슨 원장은 천연두 예방주사 약을 미국에서 대량 주문해 싼 값으로 널리 보급해 영아 사망률을 크게 낮추는데 기여했다.
또한, 말라리아가 흔하던 시기, 제중원 대기실에서 말라리아 특효약으로 불리던 키니네를 함께 판매해 보급하는 등 말라리아 퇴치에도 앞장섰다.
이처럼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은 지역사회와 지역민에 대한 사랑으로 헌신해 온 제중원의 발자취를 되새기며 새로운 백년대계를 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