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만8000㎡ 부지에 630kW 태양광, RE100 달성률 40%
클린룸 부품 제조공장,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설비 공급 계획
태양광 6개월만에 설치 완료, 재생에너지 사업 노하우 톡톡히 활용
[용인=이원희 기자] 지난 13일 용인시청에서 남쪽으로 10여km를 달려 도착한 신성이엔지 용인사업장에는 입구서부터 태양광 발전설비가 손님을 반겨줬다. 이곳이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달성률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린 사업장임을 실감했다.
공장 지붕, 앞마당에 총 630kW 태양광 설치, RE100 달성률 40%↑
기자가 방문한 신성이엔지 용인사업장은 RE100 모범사례 그 자체였다. 총 2만8000㎡에 달하는 사업장 부지에서 공장 지붕과 앞마당에 총 630킬로와트(kW) 규모의 태양광이 공간을 메웠다. 4인 가구가 보통 3kW 태양광을 설치하면 전력을 충분히 사용하는데 21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는 1000kWh 용량으로 사업장 뒤쪽에 설치됐다.
용인사업장은 스마트팩토리로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돼 있다. 공정 자동화율은 지난해 77%에 이어 올해는 80%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용인사업장 내부에는 로봇팔과 자율이동로봇(AMR)이 사업장에서 생산한 반도체 클린룸 핵심 장비인 'FFU' 장비들을 옮기고 있었다. 이 로봇들은 태양광 전기로 가동됐다.
예전에는 물건 옮기는 작업을 사람이 직접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다. 하지만 현재 직원들은 공정이 잘 가동되는지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용인사업장 1층 입구에는 RE100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돼있다. 모니터 화면을 통해 현재 전력사용량, 태양광 발전량, 전기요금절감액을 바로 파악 가능했다. 이왕 RE100을 하는 김에 전기요금도 최대한 아껴보겠다는 전략이다.
태양광은 해가 쨍쨍한 낮에 발전하다 보니 하루 발전시간이 평균 3~4시간 정도다. 공장 운영시간과 발전시간이 꼭 맞지 않다.
용입사업장은 부족한 전력을 한국전력으로부터 구매한다. 태양광 발전시간과 공장 운영시간이 맞지 않은 것은 ESS로 극복한다. ESS에 전기를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이다.
이때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어떻게 전기를 쓰는 게 제일 저렴한지 계산한다. 한전의 전기요금은 낮과 밤이 다르기 때문에 계산할 변수들이 많다.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그동안 전기요금절감액이 누적 12억2725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날 현장을 소개한 조현성 용인사업장 공장장은 “앞으로 신성이엔지 용인사업자의 RE100 달성률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아직 공장 주변에 태양광을 추가로 설치할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용인사업장 안쪽 주차장 지붕과 창고로 쓰는 건물에 추가로 태양광을 설치할 여력이 있었다. 이곳 부지를 활용하면 200~300kW 규모 정도의 태양광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어 보였다.
조 공장장은 “신성이엔지 직원은 용인사업장에서 무료로 전기차 충전을 할 수 있다"며 사업장 앞쪽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를 보여줬다. 태양광에서 생산한 전기를 전기차를 충전하는데 이용했다.
태양광 제조업 노하우 활용, “발전설비 허가부터 설치까지 6개월 소요"
신성이엔지가 용인사업장의 RE100 달성률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태양광 제조업을 통해 얻은 노하우 덕분이다.
신성이엔지 사업분야는 크게 클린환경(CE)과 재생에너지(RE)로 나뉜다. 클린환경 사업분야는 반도체 클린룸에 필요한 설비를 제작한다. 클린룸이란 초미세먼지, 온도, 습도 등을 제어해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을 제조하는 청정공간을 말한다. 재생에너지 사업분야는 태양광 모듈 제조와 대규모 RE100 프로젝트 등을 수주한다.
신성이엔지는 태양광과 RE100 정책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 용인사업장의 RE100 달성률을 높일 수 있었다. 용인사업장은 신성이엔지 재생에너지 사업분야의 실험장으로 쓰기에 적합했다.
태양광은 100kW 이상 규모라면 사업 허가부터 설치까지 상황에 따라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신성이엔지는 용인사업장에 태양광을 사업 허가부터 설치까지 단 6개월 만에 완료했다. 공장 부지다보니 주민들의 민원을 피할 수 있는 점이 사업을 빠르게 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용인사업장 공장을 대여하지 않고 직접 소유한 점도 태양광 사업을 하기에 더 용이했다. 태양광은 보통 설치 후 운영기간을 20년으로 잡는다. 사업자 입장에서 공장을 직접 소유하지 않으면 태양광을 20년이나 보유하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업이 RE100을 추진하는 데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신성이엔지 클린환경 사업분야는 작지 않다. 사업이 작아서 RE100 달성률을 쉽게 높인 건 아니다.
신성이엔지는 지난 2022년 6월 'FFU' 생산량 20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면적(7140㎡)의 400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클린룸으로 만들 수 있는 규모이다.
신성이엔지는 올해 3분기 동안 클린환경 사업부문 누적 매출액이 해외법인과 국내 사업부를 합쳐 4410억원을 달성했다.
용인사업장 근처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용인사업장은 반도체 클러스터에 FFU 등 클린룸 설비를 공급할 계획이다.
신성이엔지 용인사업장은 언론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RE100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견학하러 온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스마트팩토리를 보러 오니 외부 손님맞이에 바쁘다. 지난 6월에는 케냐, 지난 11일에는 페루 정부 대표단이 용인사업장을 방문했다.
기업들이 용인사업장처럼 공장 주변 유휴부지를 활용하면 RE100의 일부를 달성할 수 있다. 신성이엔지도 이같은 솔루션을 기업들에게 소개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 태양광 발전소로 RE100 달성에 부족하다면 전력구매계약(PPA),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을 통해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채우는 게 가능하다.
신성이엔지는 2050년 RE100의 100% 달성을 위해 REC 구매 등의 방법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