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극복 바쁜데···재계 덮친 ‘反기업 법안’ 리스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19 14:57

야권 더 강화된 ‘노조법 개정안’ 발의···“국가 경쟁력 악화 우려”

‘이사 충실의무 확대’ 상법 개정안 부담···글로벌 ‘선거 정책리스크’도

18일 국회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야당 공동대표발의 기자회견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야당 공동대표발의 기자회견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에 바쁜 재계가 '반(反)기업 법안' 추진에 대한 부담도 떠안게 됐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가운데 이전 대비 더욱 강화된 '노조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수정·보완 등 재계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정재계에 따르면 범야권은 최근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공동 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이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며,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게 노란봉투법의 핵심이다. 해고·실업자 등 노조 활동을 제한하는 근거로 쓰이는 노조법 2조 4호 라목이 삭제됐다는 점 정도가 21대 국회에서 추진된 내용과 다르다. 기업에 더욱 불리한 방향으로 법안이 수정됐다는 뜻이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상법 개정 관련 논의에 물꼬를 튼 이후에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상법상 이사의 충실대상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특별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상법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이 대주주 이익을 우선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유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정부는 아직 상법 개정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않았지만 감독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 등 이슈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 등 이슈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재계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노란봉투법 발의 관련 입장문을 내고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사용자·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함으로써 노사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시장 질서를 교란시켜 결국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에 커다란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금번 발의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닌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삭제했다"며 “이에 따르면 특수고용형태 종사자, 사용종속관계가 없는 전문직, 자영업자와 같은 사업자도 노동조합을 조직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자영업자의 담합행위도 노동조합법상 단체행동으로 보호받게 되는 등 시장 질서가 심각하게 교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인수합병(M&A) 계획을 재검토하겠다'(44.4%)거나 '철회·취소하겠다'(8.5%)는 기업이 절반 이상(52.9%)에 달했다. 응답기업의 66.1%는 상법 개정 시 해당 기업은 물론 국내기업 전체의 M&A 모멘텀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했다.


기업들은 또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이사의 책임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기업들도 주주보호를 위한 많은 제도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규제를 강화해 경영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안과 함께 배임죄 수정·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밝히긴 했지만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반면 재계가 원하는 법안 추진은 요원하다. 이미 수개월째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거대 야당이 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기업들 목소리가 반영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재계는 글로벌 '선거의 해'를 맞아 각종 정책리스크도 걱정하고 있는 형국이다. 포퓰리즘 정책 등이 쏟아지는 가운데 반기업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린다는 생각이다. 프랑스 좌파동맹 신민중전선(NFP)은 최저임금 14% 인상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기본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은 동결하겠다고 했다. 영국 노동당은 '횡재세' 도입을 예고했다. 전세계 시장에 재화를 수출하고 생산 거점을 마련해둔 우리 기업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이다.



여헌우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