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100년대계] (하) 녹색병 진로소주에 빠진 베트남 MZ세대 “소주 너무 맛있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20 16:46

하노이 여행명소 ‘따히엔 맥주거리’ 곳곳서 소주 손님 호객

“맥주보다 3배 비싸지만 특별한 날 마셔”…20대여성 선호

과일소주 인기 매년 31% 판매 증가, 맥주거리 82%서 취급

현지 9천개 마트·편의점에 ‘진로’ 90% 입점, 단독매대 확대

지난 13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따히엔 맥주거리'에서 하이트진로 판촉 직원들이 과일소주 '청포도에이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조

▲지난 13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따히엔 맥주거리'에서 하이트진로 판촉 직원들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조하니 기자

'세계 모든 이들과 늘 함께하며, 삶의 즐거움과 희망을 나눈다'는 경영 이념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 창업 정신이다. 1924년 소주 '진로' 모태인 진천양조상회, 1933년 맥주 '하이트' 전신인 조선맥주를 시작으로 하이트진로는 도전과 변화를 거듭하며 참이슬·테라·켈리 등 굵직한 주류 라인업을 갖춘 시장 '키(Key) 플레이어' 자리매김했다. 새로운 백년대계의 출발점에 선 하이트진로는 경영 이념을 받들어 '소주의 글로벌화'를 주창하며 해외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거점 국가인 베트남 내 첫 해외 생산공장 설립 등 글로벌화 여정의 중요한 변곡점을 맞은 하이트진로의 해외 사업 전략을 3회차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언니, 안녕. 소주 너무 맛있어. 여기 들어와!"




13일 오후 6시(현지시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여행 명소로 꼽히는 '따히엔 맥주거리'. 이른 저녁부터 서툰 한국어로 외치는 베트남 상인들의 호객 열기는 39℃ 무더위만큼 뜨거웠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국적인 맥주거리에는 '진로(JINRO)' 로고가 새겨진 녹색 소주병을 술잔에 기울이는 손님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한 야외식당에서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 '청포도에이슬'을 마시던 20대 여성 응우옌 안 톤 린 씨는 “소주 가격은 맥주보다 약 3배 비싸지만, 특별한 날 기분 낼 때 마신다"면서 “한국음식과 BTS, 세븐틴, 티아라 등 K팝 아이돌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베트남에서 소주는 8000원대 비교적 높은 가격대로 보드카 등과 견주는 프리미엄 술로 통한다. 특히, 13도 저도수로 딸기·복숭아·자몽·청포도·자두 맛이 나는 과일소주 '~에이슬' 시리즈가 인기가 높다.


과일소주를 필두로 최근 3개년 베트남에서 하이트진로 소주 판매량만 연평균 31% 가량 증가할 만큼 상승세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뒷받침으로 인지도를 높이면서 맥주거리 전체 78곳 점포 중 하이트진로 소주 납품률만 82%에 이른다.




이날 맥주거리에는 판촉 직원이 테이블을 돌면서 진로 소주를 추천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소주 한 병을 마시면 잔을 주고, 두 병을 마시면 진로 마스코트인 '두꺼비' 인형 등을 주는 경품 프로모션이 주된 방식이다.


“매출 80% 과일 리큐르" 소주 섞어 마시는 문화도

베트남 하노이 한국싱 고깃집 '진로 BBQ'에서 베트남 현지 고객들이 진로 소주를 마시고 있다. 사진=하노이 공동취재단

▲베트남 하노이 한국싱 고깃집 '진로 BBQ'에서 베트남 현지 고객들이 진로 소주를 마시고 있다. 사진=하노이 공동취재단

“진로 좋아~진로 소주!" 맥주거리 길목에 위치한 한국식 고깃집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두꺼비 인형탈들이 춤추며 구경꾼들을 모았다. 한국인 김광욱 대표(43)가 2018년 하이트진로로부터 상호명 사용 허가를 받아 선보인 '진로BBQ' 4호점이다.




2019년 문을 연 1호점 동나이점 이후 현재 김 대표가 운영 중인 진로BBQ는 박닌·꺼우저이·호안끼엠 등 4개 점포에 이른다. 4호점의 경우, 베트남 내 인기 업장인 '게스트로바(Gastrobar, 음악을 듣고 춤추며 술을 마시는 펍과 바의 중간 형태)' 콘셉트로 최근 2층 구조도 변경했다.


가게에 들어서면 고기판을 둘러싼 현지 소비자들이 삼겹살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흔하게 마주할 수 있다. 회식하러 진로BBQ를 찾은 일부 고객들은 참이슬을 활용해 회오리를 만드는 애주가적 면모를 과시했다.


가게에서 만난 레티튀항 씨(22)는 “마트 시음 행사에서 소주를 처음 접했다"면서 “요즘은 주로 바비큐나 튀김 음식과 함께 곁들이는 편이다. 소풍 갈 때 종종 소주를 요구르트와 섞어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말 기준 진로BBQ의 평균 방문객 수는 200명이다. 가장 방문 비중이 높은 고객층은 20대 중후반 여성 직장인이다. 회식·생일 파티·데이트 등 특별한 날 수요가 많다는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점포 총 합산 월 평균 7000만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면서 “베트남에서도 소주·삼겹살 등 고기와 소주를 페어링해 먹는다. 판매 비중은 과일 리큐르가 80%, 일반(레귤러) 소주가 20%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입점률 90%", 소비 동선 고려 최적 매대 배치

진로BBQ 점주 김광욱(43) 대표. 사진=하노이 공동취재단

▲진로BBQ 점주 김광욱(43) 대표. 사진=하노이 공동취재단

유흥채널 외 하이트진로는 가정채널 중심의 유통망 확장에도 공들이고 있다. 신규 매장 개점 시 주류 매대 중 가장 좋은 자리에 진로를 배치하도록 협의하고, 기존 매장도 소비 동선을 고려해 단독 매대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베트남은 매년 체인형 대형마트·편의점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지 9000여개 대형마트 중 현재 90%에 진로가 입점된 상태다.


이날 방문한 베트남 기업형 슈퍼마켓 '후지(FUJI)마트' 증류주 매대 가운데를 장식한 제품도 하이트진로의 과일·일반 소주였다. 공간 전체를 할애한 진로 단독 매대까지 더해 판매에 힘주는 분위기였다.


과일 소주 기준 한 병 당 가격은 6만5000동(약 3500원)으로, 매장 당 한 달 기준 소주 열다섯 박스(300병)가 판매된다. 매장에는 하이트진로 소주뿐 아니라 녹색 병에 360㎖ 용량의 태국산 '태양소주' 등 유사소주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태양소주는 6만7000동(3600원)으로 더 비싼 가격대로 판매되는 실정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베트남 후지마트 11곳에 입점된 상태로 단독매대 계약을 맺은 매장은 3곳"이라며 “향후 후지마트 매장이 50개까지 확장될 예정으로 진로 단독매대 수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후지마트 매장 내 하이트진로 소주 단독 매대. 사진=조하니 기자

▲후지마트 매장 내 하이트진로 소주 단독 매대. 사진=조하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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