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원 된 ETF 시장…‘내실 없는 성장’ 지적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23 10:22
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최근 150조원을 넘어서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그러나 경쟁 격화로 테마형 ETF의 난립, 인기 상품 베끼기, 수수료 인하 등이 빈번해 내실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의 총합은 150조6057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50조원을 넘어섰다. 종목 수는 875개로 집계됐다. 작년 6월 29일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약 1년 만에 시장 규모가 50% 성장한 것이다.


단 전 세계 기준으로 볼 때 국내 시장은 순자산 규모에 비해 ETF 종목 수가 지나치게 많은 편으로 보인다. 글로벌 ETF 리서치기관 ETF GI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 세계 ETF 순자산 규모는 약 12조6000억달러(약 1경7380조원), 종목 수는 1만728개다.



동 시기 국내 상장 ETF들의 순자산 규모는 146조원으로 글로벌 시장의 0.84%에 불과했는데, 종목 수로는 8.1%(868개)나 차지했다.


이는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품이 많다는 의미다. 평소 자산운용업계에서 특정 시점에 유사한 상품이 줄줄이 출시되는 현상이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에는 이차전지 급등세에 따른 이차전지 테마 ETF가, 동년 하반기에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커지며 양도성예금증서(CD)수익률 등 단기 금리를 추종하는 파킹형 상품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다.


올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으로 운용사들이 관련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국내에서 엔비디아 비중을 20% 이상 담은 ETF는 12개다. 이 중 4개가 올해 출시됐으며 8개가 최근 1년 내 상장한 상품이다. 정작 미국에서는 엔비디아를 20% 이상 비중으로 편입한 ETF가 7개에 불과하며, 1개를 제외하고 모두 시장에 나온 지 길게는 10여년, 짧게는 1년 반이 지났다.




공모펀드 시장이 사실상 고사 상태인만큼 운용사들도 ETF 개인투자자들을 선점하기 위해 대세 테마의 유사 상품을 일제히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보니 상품 경쟁력보다 마케팅과 수수료 인하 등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운용사가 논란을 빚은 경쟁사를 금융당국에 제보했다는 소문도 나돈다.


이같은 잡음이 끊이지 않자 금융투자협회도 지난달 회원사들에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지양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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