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은 사람은 다 샀다”
매도자 우위로 돌아선 스페이스X
“성장가치 이미 반영”…고평가 논란 확산
채권시장은 긍정적…“목표주가 401달러” 주장도
▲스페이스X 로고(사진=로이터/연합)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주목받은 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 주가가 최근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조금씩 식어가는 조짐이 나타난 데다 월가에서도 부정적인 투자 의견이 속속 등장하자 주가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페이스X 주가는 전장 대비 16.4% 급락한 154.6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12일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종가 수준이다. 지난 16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225.64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일주일 만에 31.5% 하락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누적 하락률은 23%에 달한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6000억달러(약 922조원) 이상 증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오루크 존스트레이딩 수석 시장전략가는 “매도자들이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며 “전 세계에서 이 주식을 사고 싶었던 사람들은 이미 다 샀다"고 말했다.
◇ 상장 직후 광풍…이제는 숨고르기?
스페이스X는 750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IPO 이후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상장 후 불과 며칠 만에 시가총액이 한때 세계 4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넘어설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전체 발행 주식의 4.2%에 불과했던 점이 주가 급등을 부추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주가가 단기간에 수직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급락은 스페이스X가 첫 회사채 발행을 통해 최소 20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으로 미 국채금리가 급등한 상황이다.
이날 주가 히락으로 스페이스X 시총은 하루에만 4008억달러(약 616조원) 증발했는데 이는 뉴욕증시 역사상 두 번째 기록이라고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전했다. 여기에 23일 아시아 증시에서는 대만 TSMC가 상승세를 보이자 스페이스X를 제치고 시총 세계 6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 주가는 공모가인 135달러 대비 약 15%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라운드힐 파이낸셜의 데이브 마자 최고경영자(CEO)는 “내가 주목하는 기준은 공모가인 135달러"라며 “주가가 여전히 그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는 만큼 이번 하락은 급등세를 소화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고 최근 말했다.
▲스페이스X 주가 추이(사진=구글 파이낸스)
◇ “이미 성장성 반영됐다"…'보유 의견' 등장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의 주가 전망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키뱅크 캐피탈 마켓의 마이클 레쇼크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스페이스X에 대한 투자 의견을 '업종 비중(sector weight)'으로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보유(Hold)' 의견에 해당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장기 성장 가치의 상당 부분이 이미 현재 주가에 반영돼 있다"며 “현 시점에서 위험 대비 보상도 균형 잡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레쇼크 애널리스트는 또 스페이스X가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페이스X가 2027년 매출 전망치 기준 약 29배 수준의 주가매출비율(PSR)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우주산업과 통신, AI 업종 내 대부분의 경쟁사들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CFRA 역시 최근 스페이스X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열기도 다소 식어가는 모습이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상장 후 첫 5거래일 동안 총 4억500만달러 규모의 스페이스X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매그니피센트7(M7) 전체 종목에 대한 순매수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는 지난주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레이더들(사진=로이터/연합)
◇ 채권시장은 여전히 낙관…“75%만 성공해도 하이퍼스케일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채권시장은 여전히 스페이스X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스페이스X에 투자적격등급인 'Baa1'을 부여했다. 이는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약 10년 전 처음 받았던 등급과 동일하다. 피치와 S&P도 각각 BBB+, BBB 등급을 매겼다.
신평사들이 투기등급보다 몇 단계 높은 투자적격등급을 잇따라 부여한 배경에는 스페이스X의 독보적인 강점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시장 지배적인 우주 발사 사업과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사업이 창출하는 막대한 현금흐름, 그리고 AI 사업 확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자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존 로이드 글로벌 멀티섹터 신용 및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만약 머스크가 자신이 추진하는 계획의 75%만 성공시켜도 스페이스X는 향후 신용등급 상향이 가능할 것"이라며 “결국 대형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 성장성에 대한 기대도 여전하다.
아레테 리서치의 앤드루 빌 애널리스트는 지난 18일 스페이스X에 대해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401달러를 제시했다.
그는 “스페이스X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장기 성장 잠재력이 앞으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며 “2030년에는 연매출이 200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