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산다고?”…롯데손해보험 M&A 기세잡은 임종룡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27 16:26

우리금융, 돌연 ‘동양·ABL 생명 인수 검토’ 밝혀
업계, 협상력 얻으려는 임종룡 묘수로도 해석

문제는 몸값 시각차…많게는 ‘1조원 이상’ 격차
“롯데손보, 우리금융 참여여부 관계없이 긴장할 것”

롯데

▲롯데손해보험.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추진 소식을 밝히면서 롯데손해보험 인수 협상에 미칠 여파에 시선이 모인다. 롯데손보에게 유력한 인수자이기도 한 우리금융의 이번 행보로 양 사간 내밀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협상력에서 우위를 잡았단 평가도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은 경영권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28일 진행한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손해보험 지분 77%(경영권 포함)다.


롯데손보 공개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우리금융은 본입찰을 앞두고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우리금융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와 관련해 그룹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와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며 인수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이 새로운 매물을 저울대에 올린 것은 보험사 인수 후보를 넓힘으로써 앞으로 있을 롯데손보 인수 검토 과정에서 협상력을 얻어가려는 행보로도 읽힌다. 실제로 업계에선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본입찰 참여 시 가격협상권에서 우위를 가져가게 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롯데손보로선 매력적인 원매자 중 하나인 우리금융의 자금이나 후보군 확대 등 변화가 예민하게 작용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선 우리금융의 동양생명 인수 추진을 악재로 받아들인 모양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장 초반 롯데손보의 주가가 4%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손보는 전일보다 4.63% 하락한 3815원을 가리켰다. 개장 직후에는 8.75% 내린 3650원까지 미끄러졌다.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다면 몸값에 대한 협상 여부가 매각 성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매각가를 두고 양 사간 시각차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1조원대를 롯데손보 인수 희망가로 제시 중이다. 앞서 보험업에 대한 진출 의지가 분명하다면서도 시장에서 나오는 높은 가격 수준으로 무리한 인수나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롯데손보의 경우 매각측이 희망하는 몸값이 2조~3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가총액 1조2400억원가량에 경영권 프리미엄 60%를 더하면 2조원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최대 3조원에 가까운 가치를 주장할 경우 우리금융과 시각차는 1조원을 초과한 수준으로 벌어진다.


우리금융

▲우리금융지주.

롯데손보의 경우 매물로써 매력도를 끌어올리기에 나서는 등 매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왔기에 이번 매각 성사 여부를 두고 긴장감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당초 예상한 적정 매각 시기가 지났다는 점, 강력한 인수 후보이자 보험사 주인으로 적합하기도 한 우리금융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는 점 등도 이번 매각 성사에 공들일만한 요소다.


실제로 롯데손보의 주가가 연초보다 크게 오르며 매각 여건이 개선된 상태다. 롯데손보는 최근 발표한 실적 면에서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IFRS17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영업력을 입증했고, 주가는 올해 초까지 2300~2400원 수준에서 등락했지만 반년 만에 70%가까이 뛰어오르며 원하는 몸값에 대한 조건을 어느정도 충족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번 행보로 양 사간 협상력 무게추가 이동했다면 롯데손보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


만일 우리금융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선택지를 택한다면 입장은 더욱 곤란해진다. 일각에선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에 집중하게 되면 재무적·경영적 측면에서 여력이 줄어 추가적인 보험사 인수에 대한 관심이 당분간 낮아질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이번 롯데손보 인수전에서 우리금융이 발을 뺀다면 롯데손보는 예비입찰에서부터 참여하지 않았던 금융지주사들을 대상으로 희망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대외적으로 인수 검토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우리금융이 뛰어들면서 키워놨던 흥행 가능성이 줄어 분위기가 차게 식을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롯데손보가 지난해 KDB생명 매각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본입찰에 깜짝 등판한 것처럼 이번에도 본입찰 참여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종룡 회장의 경영성과적인 측면에서 볼 때 롯데손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금의 합병방식을 통해 증권업 진출을 결정했다. M&A를 검토 중인 동양·ABL생명에 이어 롯데손보까지 인수하게 될 경우 생·손보 라인을 모두 갖추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보다 단단하게 구축하게 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ABL생명에 대해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수 추진이 롯데손보 본입찰 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일 가능성도 배재할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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