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촉발” vs “장기 효과”…오세훈표 부동산 정책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0.12 13:18

서울시, 정비사업 가속화·민간임대 활성화·청년안심주택 보완책 잇따라 발표

공급 확대·임차인 보호·시장 정상화 청사진…“양적 증대”에 방점

단기 효과는 제한적, 오히려 투자 수요 자극 우려도 공존

“실행력·중앙정부 공조 없이는 시장 안정 성과 내기 어려워”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전경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잇달아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집값 안정 해법 찾기에 나섰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 민간임대시장 정상화, 청년안심주택 보완 등 '3대 부동산 패키지'를 통해 공급 기반을 확대하고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재건축 활성화가 오히려 집값을 부추길 수 있고, 정부와의 불협화음으로 시장 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시는 최근 정비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해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하는 '신속통합기획 시즌2',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으로 민간임대 공급을 회복시키는 '민간임대 활성화 방안', 전세사기 피해 구제와 일부 분양 전환 허용을 포함한 '청년안심주택 정상화 방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공급 확대와 주거 안정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잡겠다는 청사진이다.


첫 카드는 한강벨트 등 인기가 높은 지역의 규제 완화를 통한 재건축 활성화였다. 신속통합기획 시즌 2를 통해 정비사업 전 과정을 혁신해 평균 18년 6개월 걸리던 사업 기간을 12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환경영향평가 초안검토 회의 생략, 분담금 검증 절차 간소화 등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한다. 부서 간 협의는 시가 직접 조율하고, 세입자에게 이주비 보상책을 마련해 갈등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 2035년까지 37만7000호 준공을 목표로 한다. 특히 한강벨트에만 19만8000호를 집중 공급해 주택시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침체된 민간임대시장 활성화 대책도 내놨다. 오피스텔 접도 조건 완화, 건축심의 기준 상향 등으로 소규모 주택 공급 문턱을 낮추고, 자치구별 '신속 인허가 협의체'를 통해 행정 절차를 단축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전세사기 위험분석 리포트도 도입해 임차인 피해를 예방하고, 서울주택진흥기금을 활용해 민간임대 리츠 대출이자 일부를 보전하는 등 금융지원 방안도 담았다. 중앙정부에는 보증보험 가입 기준 완화와 세제 합리화를 건의하며 제도 개선도 촉구했다.


청년안심주택 보완책도 마련했다. 시는 최근 청년안심주택의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보증금 선지급 제도를 신설했다. 선순위 임차인은 오는 11월부터 후순위와 최우선변제 임차인은 12월부터 보증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일부 단지는 최대 30%까지 분양 전환을 허용하고, 한국주택도시개발공사(SH) 선매입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했다. 임대사업자의 재무 건전성 검증을 4단계로 강화하고, 보증보험 가입 시점을 조정해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는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전문가들은 시의 자체 부동산 정책이 단기적으로 투자 수요를 자극해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물량을 확대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중앙 정부와의 협력 없이는 부동산 정책에서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정비사업 추진이 오히려 투자 수요를 자극해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재개발·재건축은 원래 입주까지 20년이 걸려도 빠른 사업으로 꼽힌다. 31만 호 착공 목표가 쉽다고 말할 수 없는 물량이지만, 장기적 공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의미는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도 “서울시 대책의 본질은 양적 증대에 있다. 지자체가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면 시장에는 분명 우호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신축 아파트다. 이론상 공급이 늘면 가격 안정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선호 지역 신축이 오히려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사례도 많다"며 “선호 지역에 많이 짓는다고 가격이 싸지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시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임대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주거 안정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공급 확대는 필요조건일 뿐 실제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임대·공공 물량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한층 더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는 거의 큰 변화가 없다. 단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장기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 자체 대책만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며, 향후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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