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즌2’ 되나…하반기 증시 美대선 민감도 높아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01 16:53

미 대선후보 TV 토론 이후 ‘트럼프 대세론’ 힘실려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신재생에너지·방산주 희비

미 대선 영향권에 진입…국내 증시 불확실성 고조

트럼프 바이든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상반기 증시가 막을 내린 가운데 하반기 증시 방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 후보들의 첫 TV 토론 결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 평가와 함께 '트럼프 시즌2' 전망이 흘러나오면서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 요인이 커지는 양상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미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TV 토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우세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바이든이 토론 내내 말을 더듬거나 토론을 멈추는 행동을 보이면서 바이든이 참패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압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세론이 굳어질수록 증시에 미치는 정치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금리, 환율정책 변화 등 바이든 당선보다 상대적으로 금융시장 내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까지 아직 4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1차 TV 토론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도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공산이 높아졌다"며 “트럼프 당선 시 수혜 및 피해 업종을 떠나 그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던 바이드노믹스가 대부분 폐기될 수 있음은 주식시장 흐름에 큰 변화를 줄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반도체·배터리 기업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 '바이노믹스'에 맞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9% 늘어난 134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해당 정책들이 백지화될 수 있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타격이 예상된다.




미·중 갈등도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국내 증시에는 위험 요인이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하게 되면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미국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와의 마찰로 발현될 수 있어서다. 이는 글로벌 경제와 증시에 불확실성을 고조시켜 국내 증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놓고 두 후보가 대립하는 점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안보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돈을 더 써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될 경우 금융시장도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서 대선 후보별 수혜주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트럼프 시즌2'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재생에너지 종목과 전기차와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약세를 보였다. 이날 한화솔루션은 전 거래일 대비 3.99% 하락한 2만6500원에 마감했다. 씨에스윈드도 6.16% 하락하며 4만6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연료 사용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대통령 시절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주장하며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이 당선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정책을 철회한다는 의중을 내비쳐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시장에 우호적으로, IRA 등 친환경 전기차 전환 정책을 펼쳐왔는데 이와 전면 대치되는 셈이다.


반면 전통 에너지 사업을 하는 오일·가스 종목과 방산주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가 내세우는 감세, 저금리 정책 등은 기업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해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금융주도 수혜주로 꼽힌다.


하반기에는 미 대선 외에도 국내외 증시에 영향을 미칠 굵직한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다.


이번주 중 공개될 예정인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등이 관건이다. 오는 9월10일 2차 TV 토론도 예정돼 있어 대선을 앞두고 한 차례 더 증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오는 5일 발표될 예정인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 발표가 주요 이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 8조원대로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거나 소폭 상회할 전망이다. 호실적이 발표될 경우 그간 상대적으로 적게 올랐던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관망세를 유지하며 6월 CPI 발표 이후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며 “7월 FOMC에서 금리 동결 또는 인하 시그널이 확인된다면 금리 인하 수혜가 예상되는 성장주 중심으로 적극적인 비중 확대 전략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김기령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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